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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잠수함, 전술핵 탑재 늘리려 ‘기형적 개조’… 軍 “기만-과장”

입력 | 2023-09-09 01:40:00

[北, 전술핵잠수함 공개]
1800t 로미오급, 3000t으로 개조… 함교 대폭 확장 발사관 10개 설치
김정은 “잠수함 모두 전술핵用 개조”
한미 “北 5000t급 신형 건조 정황”… 한국도 핵잠 도입론 재부상할 듯



北 공개한 전술핵잠수함 북한이 8일 관영매체들을 통해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북한의 9·9절(북한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공개된 이 잠수함은 10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8일 건조 완료 및 진수 사실을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은 2019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조 현장 시찰 때 일부만 노출한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으로 군은 보고 있다. 당시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하는 수직발사관을 모자이크 처리해 선체 일부만 공개됐다. 이후 4년 만에 건조가 끝나고 완전한 실체를 처음 드러낸 것. 이 신형 잠수함은 북한이 운용 중인 잠수함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달 초부터 김 위원장의 진수식 참석 첩보를 입수해 미 정찰위성 등으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일대를 집중 감시해 왔다.


● SLBM 등 최대 10발 장착 가능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가 8일 보도한 진수식 사진에선 잠수함의 함교 부근에서 둥근 형태의 대형 발사관 4개와 소형 발사관 6개 등 총 10개의 수직발사관이 보인다.

외형만 봐선 SLBM을 최대한 싣기 위해 로미오급(1800t) 선체의 함교를 대폭 확장한 탓에 ‘기형적 형태’를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수함 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사관의 크기를 볼 때 ‘미니 SLBM’과 북극성-1·3형, 전략핵순항미사일이 장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SLBM 시험발사용으로 운용 중인 신포급 잠수함(2000t)에는 1발의 SLBM만 탑재할 수 있다. 일각에선 신형 잠수함의 ‘핵어뢰(해일)’ 탑재 가능성까지 제기되지만, 로미오급 잠수함 어뢰발사관의 지름(약 53cm)을 고려하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핵어뢰의 직경은 1m가 넘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신형 잠수함을 유사시 용산 대통령실과 한국군 지휘부, 미 증원전력 전개 통로(항구, 공항), 주일미군 기지 등을 전술핵 SLBM으로 기습하는 ‘핵비수’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

다만 재래식(디젤) 추진의 낡은 로미오급 선체를 무리하게 개조한 탓에 한국군의 동급 잠수함보다 잠항능력(수중작전 시간)은 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정상적인 운용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만·과장 징후도 있다”고 했다. 실제 잠항 성능에 의구심을 피력한 것. SLBM 시험 발사를 한 적이 없는 만큼 실전 능력도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북한이 조만간 시험 항해 및 SLBM 시험 발사 등 성능 검증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北, 더 큰 신형 잠수함 건조 정황… 국내서 핵잠 도입론 재부상 가능성

환하게 웃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6일 북한 최초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군 관계자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김 위원장은 다른 재래식 잠수함들을 전술핵공격잠수함으로 개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핵무기를 장비(탑재)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20여 척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전술핵공격잠수함으로 개조할 경우 최대 200여 발의 전술핵 무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이 더 큰 규모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인 정황도 있다. 최대 5000t, 길이 90m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 잠수함을 신포조선소가 아닌 다른 조선소에서 북한이 건조 중인 정황을 한미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

군 소식통은 “북한이 대형 잠수함은 핵추진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등에서 핵잠수함 핵심 기술을 전수받아 10발 안팎의 핵탑재 SLBM을 실은 핵추진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SSBN)을 확보하는 것이 김정은의 ‘최종 목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다른 소식통은 “다음 주 러시아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반미 전략적 연대를 내세워 푸틴 대통령에게 관련 기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잠수함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지만 미국이 제동을 걸었던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이 국내에서 재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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