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남도의 情] 강진 ‘묵은지’
새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강진 묵은지. 강진군 제공
보통 ‘묵은지’라 하면 오래된 김장 김치를 최소 6개월 이상 숙성한 것을 의미한다. 전라도 사투리인 묵은지는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니 뒤늦게 표준어로 인정받아 2015년부터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전남 강진군의 묵은지는 새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100% 국내산 양념과 젓갈을 사용해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나고 청각을 넣어 특유의 시원한 맛을 낸다. 토하젓과 황칠, 조기, 돼지고기 등 집마다 고유의 비법 원료가 담겨 깊은 풍미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담근 김치는 두 곳으로 나눠 숙성 과정을 거친다. 대형 김치 통에 넣어 겨울철 실온에 두고 4∼5개월 숙성시킨 다음 영하 1도로 유지되는 저온 창고에 옮겨 보관한다. 일부는 김치를 담가서 바로 저온 창고에 넣어 숙성시킨다.
묵은지는 용도가 다양하다. 그냥 먹기보다 식재료로 사용하거나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치찌개나 김치찜을 끓일 때 묵은지를 사용하면 별다른 양념이나 비법 없이 누구나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다. 씻은 묵은지는 각종 생선회와 훌륭한 궁합을 이룬다. 생선회의 육질과 묵은지의 식감이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비린 맛을 깔끔하게 없애준다. 씻은 묵은지를 들기름에 볶으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이 된다.
정주현 강진군 유통팀장은 “군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며 “한 번 구매한 고객의 재구매율이 75%에 달할 정도로 위생과 품질, 맛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강진 묵은지는 초록믿음직거래 지원센터를 통해 구입하면 택배비를 포함해 1㎏당 1만∼1만5000원에 살 수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