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 보니 소아청소년과 2.8% vs 재활의학과 385%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복지부, 아이들 건강에 돈 쓸 생각 없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가운데)은 “(이대로면) 아이들이 한없이 진료 못 받아 떠돌고 어처구니 없이 죽어가는 게 일상이 될 것”이라며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경질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제공
소청과의사회가 지목한 대표적인 전시 행정 사례는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우)의 임금에 매달 100만 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말 확정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소청과 수련 보조수당 예산으로 44억 원을 배정한 바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1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수련을 마친 뒤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게 문제인데, 수련 중에만 지급되는 월 100만 원의 수당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결국 복지부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돈을 쓸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청과 진료에 대한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의료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청과는 인턴을 마친 새내기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공 1순위로 꼽히며 과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 정원은 208명이었는데, 뽑힌 인원은 전국에서 33명에 불과했다. 추가모집 성격인 하반기(7~12월)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4명에 그쳐 필요 인원 대비 지원율이 2.8%에 그쳤다. 대표적인 ‘인기 전공’인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지원율이 300%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규 지원자뿐만 아니라 기존에 일하던 레지던트마저 소청과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올해에만 1년 차 전공의 3명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하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청과 전공의 1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데 그쳤다.
임 회장은 “내년도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까지 두 달 남았다”며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지원자들이) 소청과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