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라’라는 뜻이다. 중국 은(殷)나라 시조인 탕왕(湯王)이 반명(盤銘·세숫대)에 새겨 놓았다는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에서 비롯됐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그렇지만 일반 시민들은 현대미술 등 ‘예술’과 ‘디자인’을 헷갈리곤 한다. 심지어 혹자는 ‘디자인은 예술이다’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미(美)적 조형 활동’이라는 창작은 예술의 창작 행위와 유사한 측면이 있겠으나, 디자인의 차별적 가치는 기능적, 경제적 가치에 있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하지만, 디자이너는 사용자(소비자)와의 공감, 소통, 공유의 개념에 기반한다. 트렌드, 소비자(사용자), 경쟁 시장과 제품, 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사고가 더해져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 상품 제조, 소비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가치를 목적으로 한다.
올해 10회째를 맞아 ‘디자인비엔날레’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를 담아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으로 주제를 정했다. 여기서 Meet(만남)는 크게 세 가지 만남을 의미한다. 먼저, 첫 번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포와 충격, 그리고 많은 생각의 강제적 전환을 초래한 글로벌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 대면 가능한 행사로서 디자인비엔날레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예술과 차별화된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앞서 적었듯이 디자인은 사용자와의 공감이 중요하다.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한다. 또 그 결과물의 시장성, 판매 가능성 등 경제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고의 고통으로 낳은 결과물이 팔리지 않는다면 디자인의 생명력을 상실한다.
세 번째는 기술, 라이프스타일, 컬처, 그리고 비즈니스와의 만남이다.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와 떼어 놓을 수 없다.
7일 개막한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기술이 디자인을 만나면서 삶의 공간이 훨씬 다양하고 개성 있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진화#1…홈’은 주방 공간을 무대로 이런 공간디자인의 진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 전시에서는 기능과 실용성을 살리면서 장식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 디자인들이 소개된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3관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아원의 시(詩)공간’. 전해갑 작가와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이 협업한 이 작품은 한국의 가장 미니멀한 디자인 ‘한옥’을 통해 케이컬처를 이야기한다. 특히 한옥과 미디어아트의 만남인 ‘시(詩)가 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시공간(詩空間)은 무한히 생산되는 정보, 이미지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존재, 내적 사유를 일깨우는 체험형 작품이 될 것이다.
디자인과 케이팝이 만난다면? 사실, 디자인이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무엇인가와 융합되어 목적을 이루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융합’의 가치가 중요하다. 2001년 음악과 영상을 사랑했던 두 명의 비주류 크리에이터들의 세계관이 훗날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표준이 됐고, 그들의 세련된 독창성은 쟈니브로스만의 스타일링이 되어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리더급으로 성장했다. 3관(컬처)의 ‘ZANYVERSE’는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는 크리에티브 집단이자 케이콘텐츠의 선구자 쟈니브로스의 유니버스를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레드닷(Red-dot)을 수상한 현대자동차 콘셉트카와 어우러져 흥미를 더한다.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 애플의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작품 ‘애플박물관을 훔치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디자인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고, 디자인이 바꾸는 기술의 미래,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 케이컬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컬처, 비즈니스 혁신의 핵심 요소로서의 디자인을 만나 새로운 경험과 기회, 즐거움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