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발언 앞뒤 자르고 주어 바꿔 “윤석열이 커피 타주고 수사 무마” 짜깁기 그냥 베낀 ‘앵무새 방송’도 저널리즘 실격 다만, “사형…” 등 과잉 대응은 역작용
천광암 논설주간
뉴스타파가 작년 대통령 선거를 3일 앞두고 보도했던 ‘김만배 음성파일’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대통령실과 여당, 검찰은 음성파일이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만배 씨가 대화 상대방인 신학림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에게 책 3권 값으로 건넨 1억6500만 원이 ‘거짓 인터뷰’의 대가라는 것이다.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는 2011년 당시 대검 중수 2과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부탁을 받고 조우형이라는 인물의 혐의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이다. 조 씨는 대장동 초기 사업비 1100억 원을 부산저축은행에서 끌어오고, 그 대가로 10억 원의 뒷돈을 챙긴 인물이다. 중수부 수사에서는 처벌을 피했지만 4년 뒤 이 건으로 수원지검에서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파문이 커지자 뉴스타파는 ‘기획 인터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72분짜리 녹음파일 원문을 7일 공개했다. 하지만 혹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붙인 격이 됐다. 기획 인터뷰 논란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짜깁기해 ‘악마의 편집’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뉴스타파 측은 보도 경위를 설명하면서 “관련 의혹들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던 내용으로 새로운 것이 없으며, 김만배 스스로의 육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씨의 발언을 최대한 충실하게 소개했어야 한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짜 맞춰 앞뒤 잘라내고, 주어를 바꾸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조작일 뿐이다. ‘담당 검사가 봐줬는데 실상은 중수 2과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제작진의 추론과 ‘중수 2과장이 직접 부탁을 받고 사건을 없애 버렸다’는 당사자의 직접 진술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파일 원문을 들어보지도 않고 뉴스타파가 공개한 편집본을 인용해 의혹을 전파하거나 확대 재생산한 매체들의 태도도 저널리즘의 기본이나 보도윤리에서 크게 벗어났다. 특히 MBC는 문제가 많다. 당시 MBC 보도에는 국민의힘 측에서 “녹음파일에 끊긴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선 이틀 전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짜깁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네 꼭지나 할애해서 보도한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철저한 경위 조사와 진솔한 반성,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응분의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번 건을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로 규정하고, 당이 나서서 뉴스타파, MBC, JTBC 등의 전현직 취재기자들을 다짜고짜 고발부터 한 것이 적절한 대응인지는 의문이다. 우선은 해당 언론사들의 자체 조사와 상응 조치를 지켜보고, 사법적인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다. 여권의 대응이 도를 넘게 되면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이던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던 ‘언론중재법’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강조했었다. 일부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