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이노센트’ 등 관객몰이 나서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13일 개봉
여름 성수기 이후 추석 연휴 대목 전 틈새에 미스터리, 공포 영화가 연달아 개봉한다. 중·저예산 작품부터 쟁쟁한 배우가 출연한 할리우드 작품까지 다양하다.
이목을 끄는 작품은 유재선 감독의 ‘잠’이다. ‘잠’은 개봉 첫날인 6일부터 영화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다.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사이좋은 신혼부부가 주인공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몽유병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오싹한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 정유미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작지만 단단한 보석 같은 영화”라고 호평했다.
케네스 브레나, 양쯔충(양자경), 티나 페이 등이 출연하는 ‘베니스 유령 살인 사건’도 기대를 모은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핼러윈 파티’가 원작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년), ‘나일강의 죽음’(2022년)에 이은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은퇴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살던 푸아로가 우연히 영혼들을 현실로 불러들이는 모임에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에이리언’ 시리즈와 ‘글래디에이터’(2000년) ‘마션’(2015년)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13일 개봉한다.
제74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공포·스릴러 영화 ‘이노센트’(6일 개봉)는 노르웨이 출신 각본가 겸 감독 에실 보그트가 연출한 두 번째 작품이다. 보그트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년) ‘라우더 댄 밤즈’(2018년) 등 칸 영화제 초청작의 각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블라인드’(2016년)에 이어 그가 감독을 맡은 ‘이노센트’는 새 동네로 이사한 소녀 이다(라셸 레노라 플뢰툼)가 고양이를 아파트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등 잔인하면서도 초능력을 가진 또래 친구 벤(샘 아슈라프)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통해 순수한 악과 불안, 긴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포 영화도 여러 편 개봉한다. god 출신 배우 데니 안이 주연한 ‘차박―살인과 낭만의 밤’(13일 개봉)은 요즘 유행하는 차박(차내 숙박)을 소재로 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차박 여행에서 끔찍한 일을 겪는 부부의 이야기다. 아내 미유 역을 맡은 배우 김민채는 이 작품으로 미국 포틀랜드 호러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산악바이크 동아리 멤버들이 치악산에 갔다가 겪는 기이한 일을 그린 공포물 ‘치악산’도 있다. 배우 윤균상, 김예원이 출연한다. 1980년대 치악산에서 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된다는 괴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영화는 13일 개봉할 예정이지만 강원 원주시와 원주 치악산에 있는 구룡사 등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제작사는 “영화 내용은 허구라는 문구를 도입부와 엔딩 크레디트에 넣었다”며 맞서고 있다. 상영 여부는 12일 결정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