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 ‘SNS 모니터링’ 해보니
‘자살 은어’ 입력하자 정보 쏟아져, 실제 만남 유도… 자살도구도 팔아
운영자에 삭제권… 실질 대책 없어, 서면심의 등 신속한 절차 마련 시급

‘온라인 세상에 생명의 등불을 밝혀 주세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봉사활동 홈페이지(sims.kfsp.or.kr)에 접속했더니 해당 문구부터 눈에 띄었다. 정부는 자살유발정보를 지우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받고 있다. 이 모니터링 활동에 8월 한 달간 기자가 10차례 참여해 봤다.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자살자는 69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75명) 대비 약 9% 늘었다. 자살유발정보란 자살을 부추기거나 이를 돕는 데 활용되는 정보를 뜻한다. 함께 목숨을 끊을 사람을 모집하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 자살위해물건으로 분류되는 화학약품 등을 판매하는 내용 등이 해당한다.
● 클릭 한 번에 쏟아지는 불법 정보
기자가 모니터링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 접속하고 게시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를 입력하자 자살유발정보가 담긴 게시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게시자들은 자신의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아이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적어 실제 만남을 유도했다. 번개탄 농약 같은 자살위해물건의 판매와 구매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 정보인데도 SNS에선 누구나,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안타까운 사연도 접했다. 한 게시자는 ‘(사람들이 함께 목숨을 끊기로 하고) 만나서는 결국 울면서 같이 살자고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물 아래에는 ‘그런 생각 말고 살아서 행복해지자고요ㅜㅜ’라는 댓글이 있었다.
● 실제 삭제는 전체 신고의 27%뿐
현재로서는 정부가 모니터링 결과를 모아서 삭제 요청을 한다. 삭제를 할 권한은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있다. 해당 사이트가 정부의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이를 처벌할 수단은 없다.
강 의원은 “자살유발정보는 또 다른 이의 자살을 부추기는 ‘자살 점화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분명한 법적 처벌의 대상인데도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어 차단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