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쓰레기 가득… 생활고 시달린듯 의식 잃은 채 구조된 남아는 ‘미등록’ 市 “주소 정확히 몰라 만나지 못해”
체납 고지서 쌓인 우편함 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빌라 우편함에 체납 고지서 등이 가득 들어 있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쓰레기로 가득 찬 전북 전주시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여성 곁에선 아들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다. 이 여성은 올 7월 정부의 위기 가구 발굴 대상에 포함됐는데 연락이 제대로 안 돼 지원이 늦어지는 사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전북경찰청과 전주시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9시 55분경 전주시 완산구의 한 빌라에서 A 씨(41)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A 씨 옆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남자아이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과 119구급대는 ‘개가 심하게 짖는데 세입자와 연락이 안 된다’는 집주인 신고를 받고 출동해 A 씨를 발견했다. 현관문이 잠겨 있어 사다리로 내부에 진입했는데 A 씨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집 내부에는 생활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A 씨는 가족 및 이웃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빌라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 중에는 A 씨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A 씨는 아이와 반려견을 키우며 혼자 생활해 왔는데 최근 수개월 동안 월세가 밀리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함에는 20만 원이 넘는 청구 금액이 적힌 전기요금 고지서 등이 들어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었던 A 씨는 공과금 등을 체납해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다. 보건복지부는 올 7월 중순 A 씨 등의 이름이 포함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 명단을 전주시에 넘겼다.
전주시는 “지원 대상이니 연락하라”는 안내문을 발송했으나 A 씨로부터는 연락이 없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달 16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에는 주소지로 찾아갔지만 전입신고 당시 A 씨가 지번만 쓰고 호수를 기재하지 않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전주시 관계자는 “방문 당시 우편물 등을 점검했는데 이름을 찾지 못했다. 빌라 등도 전입신고 시 상세 주소를 적게 해야 A 씨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아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 네 살가량으로 추정되는 이 아이는 A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출생 신고를 안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이는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후 울면서 ‘엄마’를 외치며 A 씨를 찾았다고 한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