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자필 편지 보내…‘모든 분께 사과’ 대인기피·피해망상 등 정신장애 증상 열거 “부모님 말대로 적극 치료 받았어야…후회”
사상자 14명을 낸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인 최원종(22)이 한 언론사에 옥중 자필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다만 자신의 정신병력을 상세히 소개하는 내용이 다수 담겨 ‘심신미약’ 감경을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11일 보도에 따르면, 최원종은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조선일보에 보냈다고 이 매체는 9일 전했다.
최원종은 편지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면서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한 뒤부터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최원종은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언제든지 살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범행에 대해선 “스토커라는 확신도 없이 무고한 피해자까지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괴롭힘에 벗어나려 생각한 것은 정말 어리석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며 “피해자분들을 스토커라고 의심하지 않고 전부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또 “저의 범행으로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저의 반성문을 읽고 흉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해보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원종은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며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며 범행에 대한 후회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을 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자퇴 이후 여러 번 실망을 시켰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를 보여줘 부모님께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편지에는 최원종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으며, 내용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원종은 차량을 몰고 서현역 인근 인도로 돌진, 보행자 다수를 친 다음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였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 오후 6시5분 체포됐고, 지난 29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죄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