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진 피해를 입은 모로코를 향해 국제 사회의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모로코는 현재까지 스페인과 카타르 등 소수의 구호 지원 요청만 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가중돼 구조 작업이 오히려 지연되는 것을 우려한 탓이란게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모로코 당국은 지진 발생 이틀차인 10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 등 국가의 원조 제안만 응할 뿐, 국제사회의 도움을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모로코는 구호물품과 수색 작업을 돕고싶다고 제안한 튀르키예와 미국, 대만 그리고 프랑스 등 국가들의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이들 국가는 모로코가 요청만 하면 즉시 지원팀을 파견하도록 준비작업을 마쳤다.
모로코 당국이 해외 원조에 소극적인 이유는 자신이 스스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존재한다.
인도주의단체 ‘기아대책행동’에서 근무했던 지리학 교수 실비 브루넬은 “모로코가 아프리카에서 신흥국으로서 권력의 지위를 열망하고 있다”면서 “모로코는 자신들이 수색과 구조를 위한 역량을 갖춘 것을 보여주고싶어 한다. 가난한 국가인 것처럼 여겨지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피해 지역인 산악 고지대의 긴급 구조작업의 골든타임이 불과 48시간이라면서 성공 여부는 모로코 현지에 있는 구조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수색 및 구조팀을 편성하고 식수와 식량, 텐트, 담요를 배포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금요일에 발생한 지진 이후 일요일까지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자 생존자들은 맨손과 곡괭이로 구조물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모하메드 네자르도 “우리는 여전히 텐트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받은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지진 이후로 한 남성이 준 음식을 먹었는데, 그게 전부”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진이 발생한지 52시간이 경과된 가운데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2122명, 부상자 수는 242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는 해당 지진이 120여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최고 규모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