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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사흘짼데 구조대는 코빼기도”…정부 늦장 대응에 모로코서 ‘분통’

입력 | 2023-09-11 16:36:00


모로코에서 강진이 발생한지 60시간 가까이됐지만 대부분의 산악 마을에서 긴급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로코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사흘차에 접어든 11일(현지시간) 피해 지역인 산악 마을로 향하는 도로가 잔해와 낙석으로 가로막히면서 정부의 지원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구호 물품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모로코의 산악 오지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알아서 살길을 도모하고 있으나, 생존자들은 부족한 식량과 물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일부 시신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장례도 치르지 못한채 매장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폐허가 된 아틀라스산맥의 아미즈미즈 마을에서 자신의 두 형제가 숨졌다는 사실을 최근 전해들은 래쳐 안플루스는 “사람들은 처음 (부고 소식을) 전해들을 때 덤덤하게 반응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게된 이후에는 감정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모로코 국영 언론은 외딴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헬리콥터가 출동하는 장면과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취약 계층을 위해 신속하게 피난처를 제공하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현장에서 이를 피부로 느낀 이들은 전무했다.

특히 당국은 지진 발생 이후 구조 활동을 비롯해 사상자 집계에 대한 정보도 뜨문뜨문 공개하고 있어 늦장 대응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틀라스 산맥의 또 다른 마을, 두아르 트니르에서는 생존자들이 담요와 물 그리고 기저귀 등 구호물품을 전달받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이들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주체는 재난 당국이 아닌 자선단체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마을 주민들 역시 재난 발생 이후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인근 마을에서 자란 17세 압데사마드 아이트 이히아는 자신이 근무하는 카사블랑카에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고향으로 향했지만, 그곳에서 정부의 구조나 구호 흔적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산골마을 아즈구르에서는 전력과 전화가 모두 끊겨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청년들은 맨손으로 잔해 속 시신을 끌어내면서도 구조물이 붕괴할까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재난 발생 이후 ‘도움을 주겠다’는 국제 사회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모로코는 스페인과 카타르 등 소수의 구호 지원 요청만 수락하고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가중돼 구조 작업이 오히려 지연되는 것을 우려한 탓이란게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이 해외 원조 수락에 소극적인 이유는 자신이 스스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