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내신 국어·영어·수학, 과목당 120만원씩 3명 팀 짜서 했어요.”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송모씨(19)는 고교를 다니는 3년간 지역에서 10년차 ‘터줏대감’으로 소문이 난 강사에게 과외를 받았다. 송씨는 “아는 학부모들끼리 서로 과외 자리를 물려주기도 한다. 다른 고액과외에 비해 이 정도는 저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 “수능 개인과외를 과목당 200만원씩에 붙여서 결국 3수 끝에 ‘인서울’을 한 지인이 있었다.” 10년 전 서울 서초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권모씨(29)는 “유명한 선생님의 고액과외를 받는 지인을 부러워했다”며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단속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방치됐던 고액·불법 과외를 엄정 대처하겠다고 나서면서 사교육 지형이 변할지 주목된다.
학원법에 따라 각 교육지원청은 ‘학원 등 교습비 조정기준’을 정해 교습비 상한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지된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조정기준에 따르면 개인과외비는 시간당 5만원, 월 80만원이 상한액이다. 이 액수를 초과하면 고액·불법 과외로 간주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기준 2만8156명인 개인과외 교습자를 대상으로 5년 동안 △미등록·미신고 교습 △교습비 초과 징수 등 불법행위 여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인 교습시간 준수 여부 △교습 장소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학원과 달리 주로 학생의 집 등에서 진행되는 개인과외는 그동안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대학생일 때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8년간 고등학생 생물 과목 과외를 한 경험이 있는 김모씨(30)는 “과외에 관한 건 문자 메시지나 구두로 정하고 과외비는 현금으로 주고받으니 어떤 식으로, 얼마에 과외를 진행하는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최근 3년간 개인과외교습자 적발 현황’에 따르면 교습비 위반이 적발된 사례는 총 11건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시행 세부 계획을 세워 고액과외를 단속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점검이 미흡했지만 이번에 각종 준수사항을 안내해 사전 정비를 실시한 뒤 전수조사를 연차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