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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게이트키퍼 6곳 확정…어떤 변화 불러올까?

입력 | 2023-09-11 20:20:00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했다.

게이트키퍼는 올해 5월부터 EU에서 시행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서 규정하는 시장지배적 영향력을 지닌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보유한 사업자를 말한다.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치면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규제가 적용된다. EU는 이들이 막대한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하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EU 집행위가 지정한 6개 게이트키퍼와 이들의 핵심 플랫폼 서비스 / 출처=EU 집행위


플랫폼을 일종의 경기장으로, 이들 게이트키퍼를 심판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이 심판 역할을 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직접 선수로서 경기에 참여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자사 앱을 유통하고, 아마존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심판이 직접 선수로 경기를 뛰니 자기들 입맛에 맞는 유리한 판을 짜고 경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게 EU를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디지털시장법은 이들 게이트키퍼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규칙을 정해서 불공정한 경기를 하는 걸 막는 법안인 셈이다.

DMA는 EU 내에서만 강제력이 있는 규제지만, 글로벌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빅테크 기업들의 특성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EU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 파장은 결국 전 세계로 미칠 전망이다. DMA의 규제가 불러올 변화들 중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핵심 내용을 살펴봤다.

아이폰에서 제3자 앱 장터 허용된다

출처=셔터스톡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서 앱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애플의 앱스토어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애플도 소비자가 타사 앱을 직접 설치하거나, 애플 외 다른 사업자의 앱 장터를 의미하는 '제3자 앱 장터'를 통해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예컨대 구글은 현재 앱 설치 파일(apk)로 직접 앱을 설치하거나, 원스토어와 같은 제3자 앱 장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비슷한 논리로 앱스토어에서 인앱 결제를 강제하거나, 외부 결제 아웃링크를 제한하는 등의 행위도 규제된다. 한국이 지난 2021년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통과시켰음에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했는데, 국제사회 영향력이나 시장 규모가 훨씬 큰 EU가 이러한 규제에 동참하게 된다면 빅테크 기업들도 이제 규제를 무시하는 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하지 못한다

아마존에서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아마존 자체 브랜드 상품인 아마존 베이직 상품이 검색 결과에 함께 표시될 때가 있다. 이렇게 검색 결과에 제품 자체가 노출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게이트키퍼들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제품들보다 우선 노출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건 금지된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 같은 앱 장터나, 구글의 검색 결과 등에서도 마찬가지 규제가 적용된다.

아이메시지를 아이폰 외 스마트폰에도 개방해야 할 수 있다

EU는 번호 독립 대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N-IICS), 즉 전화번호 없이도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메시지 앱 또한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메타의 왓츠앱과 메신저가 포함된다. DMA가 적용되면 이들 메시지 앱은 다른 메시지 앱과의 상호운용성을 갖춰야 한다. 왓츠앱에서 카카오톡이나 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그 반대의 일도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EU는 애플 기기 이용자끼리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아이메시지(iMessage) 또한 N-IICS에 해당하며, 게이트키퍼 요건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애플이 EU 집행위의 이 같은 판단에 반발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 추가적인 세부 조사를 진행한 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아이메시지가 게이트키퍼에 포함된다면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아이메시지를 보내거나, 갤럭시에서도 아이폰으로 아이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이 실현될 수 있다.

EU는 애플의 아이메시지도 게이트키퍼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지만, 애플은 이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 출처=셔터스톡


이용자 동의 없는 맞춤형 광고 금지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표시되는 맞춤형 광고는 메타가 이용자들로부터 직접 수집한 개인정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내에서 활동한 내용만 활용하지 않는다. 이들 플랫폼은 이용자가 다른 회사의 앱 및 웹 사이트에서 한 활동까지 추적해 활용하고 있다. DMA는 게이트키퍼들이 이렇게 자사 플랫폼 서비스 외부에서 이뤄지는 이용자 활동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에 이용하려면 이용자로부터 ‘유효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유효한 동의’는 명시적인 거절이 없다면 동의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아닌, 명시적 동의만 동의로 간주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처럼 ‘동의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메시지를 띄우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 규제가 적용되면 광고 수입에 의존하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와 같은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고 수익 감소에 대비해 서비스의 일부 유료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메타는 유럽 내에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유로 버전 출시를 검토 중이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