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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경매 ‘1순위 지상권’ 주의해야 [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입력 | 2023-09-12 03:00:00

1순위 지상권, 낙찰돼도 소멸 안 해
담보-구분 지상권은 토지 활용 가능
후순위 지상권은 낙찰되면 소멸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평소 경매 투자에 관심이 많던 A 씨는 마음에 드는 토지를 낙찰받았다. 건물이 없는 나대지여서 향후 개발 행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을 떼어 본 A 씨는 지상권이 설정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A 씨는 “지상권이 1순위면 토지를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되팔기도 힘들고 손해가 크다”고 했다.

지상권이란 건물 또는 수목 등을 소유하기 위해 다른 사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등기부등본에 등기해야 효력이 생긴다. 지상권을 등기하지 않고서도 토지 소유자의 동의만을 얻어 건물을 신축할 수 있지만, 경매 등으로 갑자기 토지 소유자가 바뀌면 건물 사용에 대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건물 소유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 토지에 지상권을 등기하는 건 위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상권을 등기하면 토지의 사용, 수익권을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이 생긴다. 토지 소유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지상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또 지상권 설정 목적이 건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함인 때에는 토지를 30년간 사용할 수 있고, 만약 30년보다 짧은 기간으로 계약하거나, 그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때에는 이를 30년으로 본다.

이렇게 지상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경매에 나온 때에는 필수적으로 두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 번째, 지상권 설정 등기일이 등기부등본상 1순위라면 매각으로 소멸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낙찰자가 소유권은 취득하지만, 지상권 존속 기간 동안 토지를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존속 기간 만료 시까지 건물이나 수목이 현존할 경우 지상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만약 갱신을 거절할 때는 그 건물이나 수목을 토지 소유자가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지상권이 근저당권 등 다른 채권자보다 후순위일 때에는 먼저 등기를 마친 채권자의 원활한 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과 동시에 소멸시켜 준다.

1순위로 지상권이 설정돼 있더라도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에서 토지 담보대출 실행과 동시에 지상권을 설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건물 신축 등으로 토지의 담보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때 은행 등 채권자가 설정한 지상권은 건물이나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이 아닌 토지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담보지상권이라고 한다. 이 경우 채권자가 채권액을 모두 회수했다면 더 이상 지상권을 존속시킬 이유가 없고, 간혹 채권자가 먼저 지상권 말소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두 번째, 등기부등본을 보고 지상권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토지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지하 또는 지상의 공간의 범위를 정하여 건물, 기타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지상권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구분지상권이라고 하는데, 주로 공공 시설물 등을 설치하거나 소유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에서 송전탑이나 송전선의 존속을 목적으로 지상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를 목적대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현장을 방문해서 그 범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