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연 대신증권 책임연구원
“우리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환경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의 말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테슬라의 사례를 보면 명확해진다. 테슬라는 2006년 이후 매년 적자였지만 2020년 14년 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 전기차 판매 대수는 50만 대 이상이었고, 순이익은 8억6200만 달러(약 1조963억 원)에 달했다. 전기차 판매가 늘었지만 흑자 달성의 숨은 원동력은 탄소배출권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들어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다른 자동차 업체에 팔아 15억8000만 달러(약 2조1124억 원)를 벌었다. 탄소배출권 판매금액이 순이익의 1.83배에 달했다. 탄소배출권 수입이 없었다면 테슬라가 첫 흑자를 기록하는 시기가 미뤄졌을 수도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1989년 미국 정유사 엑손모빌 소유의 대형 유조선 발데스호의 원유 유출 사고의 손해배상액은 총 10억 달러(약 1조3370억 원)였지만 2010년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시추선의 기름 유출 사고 배상금은 187억 달러(약 25조19억 원)로 크게 불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배상액에 큰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금융투자회사들이 다음 투자처로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를 주목하면서 ‘ESG’란 용어가 시작됐다.
세계 굴지의 자산운용사와 기업들은 ESG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강조한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위험 발생 시 재무적으로 빠른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ESG 중심의 ‘넥스트 자본주의’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업의 ESG 성과를 시장의 보상체계와 연결하는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ESG가 기업의 재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제도화가 진척되면서 거품이 빠지고 더욱 단단한 ESG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경연 대신증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