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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 ‘선케어 핵심기술’ 빼낸 伊인터코스에 민사서 승소

입력 | 2023-09-12 03:00:00

법원 “2억-지연이자 지급하라” 판결
직원 2명 인터코스로 이직하며 기술 무단 반출… 선케어 제품 출시
위탁생산 경쟁에 기술 유출도 늘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가 자외선 차단제 핵심 기술 유출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여 온 이탈리아 화장품 회사 인터코스와의 소송전에서 다시 승소했다.

11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10일 한국콜마가 인터코스 한국법인과 전직 연구원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한국콜마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적 ODM 기업 인터코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해 한국콜마의 선케어(자외선 차단제) 핵심 기술을 빼냈다고 본 것. 법원은 기술을 유출한 한국콜마 전직 직원들과 인터코스코리아에 공동으로 2억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터코스 측은 항소하기로 했다.

한국콜마는 인터코스코리아와 현재 형사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2심 판결에서 한국콜마 전직 직원 A 씨와 B 씨에게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10개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인터코스코리아에도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인터코스는 197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된 화장품 ODM 기업이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아르마니 등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18년 인터코스코리아로 이직하며 자외선 차단제 기술을 무단 반출했다. 인터코스는 2017년까지 선케어 제품군을 제조하지 않다가, 이들이 입사한 2018년부터 선케어 제품을 만들었다. 인터코스는 2018년에만 선케어 매출 460억 원을 올렸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30여 년간 수천억 원을 투자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케어 기술을 한순간에 훔쳐간 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화장품 중소 브랜드가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ODM의 발주 물량도 크게 늘었다. 한국콜마는 2분기(4∼6월)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었다. 코스맥스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위탁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유출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화장품 ODM 기업 코스메카코리아 직원이었던 C 씨가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국콜마는 국내 선케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기업으로 자외선 차단과 관련해 전반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외선 차단 기능과 수분 공급을 극대화한 스틱형 자외선 차단제 개발에 성공한 것도 세계 최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K뷰티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이번 기술 유출도) 그런 명성에 뒤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