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김동만 이사장 인터뷰 내달 2주년, 노동자 1만 명 가입… 초기에는 재원 마련 어려움 겪기도 기존 노동법으로는 보호에 한계… 상부상조 조직으로 거듭나야 자산형성-건강검진 등 지원하고, 공제회 운영 법적 기반 마련할 것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기반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일하는 사람들의 든든한 울타리.’
2021년 10월 출범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을 포함하는 비임금 근로자는 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경제의 발달로 이들 노동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을 토대로 마련된 기존 노동법과 사회안전망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공제회는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서로 돕는 상부상조(相扶相助) 성격의 조직이다.
출범 2주년을 앞둔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김동만 이사장을 5일 서울 영등포구 공제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노동계 원로인 김 이사장은 “30여 년간 노동운동을 하며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던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돕는 것이 내 마지막 봉사”라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계약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조직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한 회사에 소속돼 일하지 않기 때문에 교섭 상대를 특정하기 어렵고, 뿔뿔이 흩어져 일하기 때문에 기존 노조의 틀로 보호하기 어렵다. 공제회는 사회복지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 노동자가 서로 돕는 방식이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기존 노조 운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큰 힘을 갖고 있는 노조가 조직화하기 어려운 이들 노동자와 손잡고 연대하는 방식으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노총 노조들의 모금으로 공제회가 설립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현행 노동법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이 확대돼야 한다.”
―다음 달 공제회가 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자면….
“어떤 조직이든 초기에 기반을 다지는 것이 가장 힘들다. 먹고살기 바빠 공제회에 가입할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노동자가 많아 생각보다 회원 증가 속도가 더뎠다. 무엇보다 초기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장 어려웠다. 이 자리를 빌려 공제회 출범 때 30억 원을 지원해준 금융산업공익재단에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덕분에 2년 동안 1만여 명의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공제회에 가입했고, 이 중 1000여 명이 회비를 내고 있다. 공제회가 점점 알려지면서 가사·돌봄, 대리운전, 택배, 배달, 프리랜서 강사 등의 직종 외에 통·번역사, 웹툰 작가, 필라테스 강사 등 훨씬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가입하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들의 자산 형성, 건강검진,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 새로 주력하는 사업이 있다면….
―남은 임기 1년 동안의 목표는 무엇인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직 기반을 갖춰 나가는 동시에 공제회 운영 근거가 담긴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같은 다른 공제회들은 대부분 특별법을 바탕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아우르는 직종이 다양해서 특별법 방식은 맞지 않는다. 현행 근로복지기본법을 개정하거나, 정치권에서 입법 논의 중인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법’(가칭) 등을 통해 노동자의 자율적인 공제사업에 대한 근거 조항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다음 달 25일 열릴 2주년 기념식에서 좀 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겠다.”
―최근 정부의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노정(勞政) 갈등이 심각하다. 노동계 원로로서 조언한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인구절벽, 기후위기, 산업 전환 등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악화 일로를 걷는 노정 관계를 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하다. 노정 대화의 출발은 서로를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이 부족했거나 노동계의 오해를 살 만한 점이 없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노조에 회계장부 표지를 제출하라는 식의 형식적 조치를 강요한다면 노동계가 대화를 거부할 명분만 제공하는 셈이다. 노동계도 명분만 내세우다 보면 사회적 대화의 여지가 줄어들고 스스로의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김동만 이사장 약력 △1959년 경남 마산 출생 △2006년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2014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2017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2021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사장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