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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희토류 매장량 2위 베트남과 파트너십… 사우디와도 희귀광물 공동개발 ‘中 옥죄기’

입력 | 2023-09-12 03:00:00

[산업계 차이나 리스크]
中의 수출 통제에 맞서 공급망 재편
中매체 “베트남이 中 대체할지 의문”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현지 시간) 수도 하노이에서 ‘투자, 혁신을 위한 정상회의’에 참석해 팜민찐 베트남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 얘기를 듣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 응우옌찌둥 베트남 기획투자장관(오른쪽)도 참석했다. 하노이=AP 뉴시스


미국이 희토류(稀土類) 매장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시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귀 광물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최근 원유 감산을 지속하겠다는 결정으로 껄끄러워진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희귀 광물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은 “상징적인 제스처”라며 평가절하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두 단계 격상시킨 뒤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에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 첨단 산업 핵심 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매장돼 있다. 앞서 중국은 올 7월 일부 희귀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또 미 항공업체 보잉이 베트남항공과 737 맥스 항공기 50대 판매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의 해당 기종 추락 사고를 계기로 보잉 대신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사우디와도 희귀 광물 공동 개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우디가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 광산 지분을 사들인 뒤 해당 광산에서 난 리튬, 코발트 등을 미국이 구입하는 방안이다. 사우디는 이 광산들 매입에 150억 달러(약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행보를 견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국가 대 국가 관계는 당 대 당 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며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베트남이 공식적인 관계를 격상하더라도 같은 사회주의 일당 체제 국가로서 중국과 베트남이 맺어 온 ‘당 대 당’ 관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