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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러 열차 ‘태양호’는 움직이는 호화 요새

입력 | 2023-09-12 10:20:00

김일성 상징 '태양호' 3대째 해외방문에 이용
산해진미에 각종 시설…"푸틴 열차보다 안락"
속도 50㎞/h…평양-블라디보스토크 20시간 이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탑승한 열차는 ‘움직이는 호화 요새’로 일컬을 만한 장갑(방탄) 열차 ‘태양호’다.

11일(현지시간) BBC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태양호’는 고(故) 김일성 전 국가주석을 상징적으로 지칭한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 전 주석과 아버지인 고(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가 이 열차를 이용했다. 김 전 주석은 베트남과 동유럽을 방문할 때 이 열차를 탔다.

김정일 전 위원장은 비행기를 타는 것을 두려워해 주로 열차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느린 속도 때문에 2001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기 위해 러시아 서부 모스크바까지 가는데 열흘이나 걸렸던 것은 유명하다.

2001년 김 전 위원장을 수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군 사령관은 회고록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에서 열차의 호화로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 프랑스 요리 그 어떤 것도 주문이 가능했다”면서 “신선한 성찬을 위해 살아있는 로브스터(랍스터)가 준비돼 있었고, 보르도와 브르고뉴산 레드 와인이 프랑스에서 공수됐다”고 적었다.

풀리코프스키 사령관은 “푸틴 대통령 전용 열차도 김정일의 열차가 주는 편안함엔 비할 바가 아니었다”고 했다.

2001년 같은 열차를 탔던 또 다른 러시아 전직 외교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2019년 당시 경험을 상기하면서 당나귀 고기와 전복 등 진미들이 평양에서 날아온 것을 떠올렸다. 러시아 보드카도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열차 안에서 가수와 엔터테이너들이 손님들을 즐겁게 했던 것도 언급했다.

BBC는 또 2009년 11월 조선일보를 인용, 열차는 열차는 약 90량의 객차로 구성됐으며 노란색 가로줄 무늬의 녹색 열차 회의실, 접견실, 침실 등이 있고 브리핑을 위한 위성 전화와 평면TV도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다른 사진엔 안락한 빨간색 가죽 의자가 가득차 있는 객차도 보인다.

WP는 이 열차에 대해 “호화롭게 꾸며지고, 중무장했으며, 유난히 느리다”고 묘사했다.

이 열차는 방탄용 강철판으로 중무장한 탓에 시속 50㎞로 느리게 달린다. 런던 고속철도가 시속 200㎞, 일본 신칸센 고속열차가 시속 320㎞로 운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느린 속도다.

이에 외신들은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180㎞를 이동하는데 20시간 이상을 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철로로 갈아타기 위해 두만강역에서 바퀴를 교체하는 데에도 몇 시간 소요될 것으로 봤다.

이 열차는 김 위원장이 2019년 4월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 마지막 사용됐을 것으로 BBC는 추정했다. 이 때가 김 위원장의 마지막 해외 방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조치로 해외로 나서지 않았었다.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4년5개월 만이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김 위원장의 첫 해외 외출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