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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새 시대 맞은 북한-러시아 관계…전 세계 안정에 악영향”

입력 | 2023-09-12 11:23: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쓸 무기를 얻기 위해 이란과 벨라루스에 이어 북한과 접촉한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극동의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것으로 전망했다.

4년 전 김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을 때 주된 목적은 ‘외교적 과시’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NYT는 전했다.

김 총비서가 지금은 러시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즉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도울 군사장비를 갖춘 채 푸틴 대통령을 방문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김 총비서는 러시아로부터 위성 및 핵잠수함 관련 첨단 기술과 식량 지원을 제공받기를 원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회담 자리에서 일종의 합의가 이뤄지면, 오랫동안 대외 협력 과시 수준에서 비교적 적은 양의 교역에 국한돼 있던 북러 관계가 보다 실질적인 형태로 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NYT 인터뷰에서 “만약 그곳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1990년에 시작된 (북러) 관계와 함께 한 시대의 진정한 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찌르치즈스키 연구원은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는 대화는 많이 하되 실제 무역은 잘 하지 않았는데, 러시아가 북한에 군수품을 공급받는 대가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거래는 일종의 ‘출발’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오랜 기간 미국과 대치해 온 북한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서방의 패권주의에 맞서 싸우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자연스러운 동맹이 된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왕따’가 된 푸틴 대통령은 비슷한 처지의 고립된 국가들에 접근해 원하는 것을 얻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이란에 직접 가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난 뒤 이란은 러시아에 자폭 무인기(드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전장에서뿐 아니라 민간 인프라를 공격할 때도 사용했다.

오랜 동맹관계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서는 벨라루스 영토를 교두보 삼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도록 양해를 얻었다.

그리고 이번에 북한을 접촉하는 건 전장에서 필요한 무기들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두 나라의 회담이 북한의 무기 지원에 대한 북러간 대화의 최종 단계라고 평가했다.

정 박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개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맞서 러시아군이 사용할 상당량 및 다수 종류의 탄약을 받는 점증하는 무기 이전 관계를 매듭짓기 위한 북러간 일련의 대화의 최종 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부대표는 “이같은 잠재적 거래엔 러시아의 방위산업을 지원할 원자재의 제공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매체들도 북한과 러시아의 거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의 관변 기고가 페트르 아코포프는 최근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비공식적’으로 이전하고, 탄약과 특정 종류의 미사일을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 건설업체들을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재건 사업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코포프는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모든 게 어느 정도 방해를 받고 있지만,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