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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시대] 전기차 플랫폼의 의미

입력 | 2023-09-12 11:57:00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연료를 채우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비 오는 날 전기차를 충전해도 될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요즘 플랫폼이란 단어가 무수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컴퓨터 관련 용어로 시작해 구글과 애플 등 정보기술 기업들이 전략 용어로 사용하면서 최근에는 이들 기업을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플랫폼은 현가장치(서스펜션)와 동력장치(파워트레인) 배치에서부터 중량 배분, 무게 중심 등 자동차의 핵심 요소들을 결정하는 차체 구조물로, 자동차의 기본 골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플랫폼은 주행성능, 연비, 승차감, 안전성, 실내 공간, 디자인 등 차량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합니다. 플랫폼 1개를 개발하는 데는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종별로 다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 개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모델을 생산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 배기계와 연료계 부품이 없어지고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완성차 업체들과 창업 전기차업체뿐만 아니라 플랫폼 개발 전문업체들이 전기동력차의 고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플랫폼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 부르는데, 모양새가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대차는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사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E-GMP 플랫폼 / 출처=현대차


E-GMP 플랫폼 / 출처=현대차


국내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GM은 얼티움(Ultium), 폭스바겐은 MEB, 벤츠는 EVA2라는 전기차 고유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얼티움 플랫폼 / 출처=GM


전기차 플랫폼은 성능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넓게 탑재하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실내 공간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각각 전기구동 모터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E-GMP 플랫폼을 활용해 중형차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기아차는 EV5와 EV6, 제네시스는 GV60을 개발했습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하는 것을 골자로 통합모듈 아키텍처(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통합모듈 아키텍처를 통한 차량개발은 현재의 차급별로 진행되는 플랫폼 중심 개발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차급 구분이 없는 가변형 플랫폼입니다. 즉 플랫폼을 앞뒤 좌우로 늘리고 줄이는 것이 가능해 소형모델부터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까지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생산라인의 축소와 효율화, 신차 개발기간 단축, 품질 개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IMA를 기반으로 E-GMP의 뒤를 이을 2세대 전기차 전용 eM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E-GMP가 승용차 전용이라면 새로운 eM 플랫폼은 모든 전기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 향상하고 자율주행 레벨 3, 즉 운전자가 운전대와 페달에서 손과 발을 뗀 채로 전방만 주시하고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eM 플랫폼은 2026년에 상용화할 예정인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SDV)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eM 플랫폼과 함께 선보일 또 다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플랫폼은 목적기반자동차(PBV)개발에 활용되며,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형태로 생산됩니다. 물류, 배송과 공유차량 업체 등 자동차를 대량 구매하는 업체에 판매하는 모델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2세대 전용 EV 플랫폼을 사용해 현대차 4종, 제네시스 5종의 승용 EV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기아차도 4종의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어서 도합 13개의 전기차종이 2세대 전용 플랫폼을 통해 생산될 예정입니다.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는 5세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고효율·고출력 모터 시스템 등 파워전자(Power Electric)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현대와 기아차는 향후 각형 NCM 배터리를 포함해 차량 디자인의 다변화와 경제성과 안전성 등이 장점으로 꼽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진화는 전기차 가격을 떨어뜨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전망입니다.


글 /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와 연관산업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과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를 겸직했으며, 2023년 2월부터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