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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1급 살인죄·사형감’ 거친 발언에…당 일각, 자제 촉구

입력 | 2023-09-12 14:10:00

여당, 김만배 인터뷰 의혹 '살인죄' 빗대 총공세
여론전 극대화 전략…울산시장 선거개입 영향도
당 안팎서 우려…"집권 여당 대표 위치 고려해야"




국민의힘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전면적인 여론전에 나서면서 지도부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선명성을 부각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1급 살인죄’ 등 원색적인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도부 단위에서 나올 만한 발언이 아닌데다 여당이 민생보단 정치적 투쟁에만 주력한다는 여론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쿠데타, 사형, 극형’ 등 공격적인 단어를 쏟아냈다.

김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선거 공작은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허물어버리는 국기문란으로 가장 사악하고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범죄”라면서 “치밀하게 계획된 1급 살인죄는 과실치사죄와는 천양지차로 구분되는 악질 범죄로서 극형에 처하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에는 김 대표 본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김 대표의 공개회의 모두발언은 당대표 비서실이나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작성한다. 김 대표는 실무진으로부터 발언문 초안을 받고 최종 수정 단계를 거친다. 대표실 관계자는 “사전에 (김 대표가) 요구하는 부분도 있지만 직접 검토하고 마지막에 추가를 한다”면서 “발언은 본인의 그런 의중을 담아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이번 허위 인터뷰 의혹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언론 주목도를 높이고 대야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당장의 정국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내년 총선까지 여권에 유리한 정치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김 대표의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피해자로 지목되는 만큼, 선거 개입 사건에 스스로 감정 이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본인이 (울산)시장 날아갔으니 대통령까지 날아갈 뻔한 사건이다라고 생각하니 발언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김 대표) 자신도 엄청난 피해자고 그 당시도 공작의 일환이 있었다. 울산 시장을 한 번 더 하려고 했던 꿈이 있었는데, 완전히 무산된 것”이라며 “(발언의)취지는 공감이 된다”고 동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대표가 직접 나서 감정적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나온다. 당대표 메시지로서 무게감이 떨어지고,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KBS ‘주진우 라이브’에서 “대표께서 조금 더 절제하셨으면 좋겠다”며 “선거농단은 국기문란은 맞다. 그렇더라도 절제된 단어를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민의를 왜곡했기 때문에 사형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문제가 생긴다”며 “그렇게 따지면 웬만한 기준에서 사형으로 안 할 게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이재명에 대한 극렬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부분에 대입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은 집권 여당 대표로서 고려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에서 주장하는 ‘민주당 배후설’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정확하게 연루된 게 없다. 사실 증거를 우리가 막 우길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김 대표는 사형에 살인에, 누군가를 지목해서 하는데 그게 누구냐 하면 사실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가 약간 정치적 흥분 상태에 있다”며 “본인이 울산에서 그렇게 됐는데 2년 만에 국회도 들어왔고, 원내대표도 됐고 당대표도 되고 안 되는 일이 없으니까 자신감에 차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