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아파트 베란다에 일가족 3명이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사고와 관련, 유일한 생존자인 4세 아이는 지금도 아빠가 숨졌는지 모르고 애타게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이의 진술이 수사의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는 아이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보고 병원 치료와 수술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소방이 출동했을 땐 이집에 사는 A 씨(44)와 아들(4), 베트남 국적 장모(56)가 아파트 화단 위로 추락한 상태였다.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경찰 조사에서 “일가족 3명이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장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4살 아이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아이는 아빠나 할머니 둘 중 한명이 안고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누가 안았는지는 목격자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불이 난 세대에 출입금지 라인이 붙어있다. 뉴스1
현재 당국이 불이 난 경위와 발화 지점 등을 수사중인 가운데, 일가족이 불이 번질 때까지 왜 현관문으로 대피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한 주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갑자기 불이 난 것도 그렇고 매달려서 떨어진 것도 그렇고,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 B 군이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을지 기대를 걸고 있다.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 받은 B 군은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남은 사람이 아이밖에 없어 아이가 안정되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또 합동감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 뉴스1
이날 부산 서구의 한 대학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서 A 씨 동생은 “새벽 근무를 마치고 거실에서 자고 있었을 형님이 현관문과 인접한 옷방과 거실에서 불이 나자 어쩔 수 없이 발코니로 피신했다가 화를 당한 게 아닐까 싶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아빠 사망 소식을 모르는 아이는 “아빠 어디 갔냐, 보고 싶다”고 울먹이며 잠시라도 엄마곁에서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 하는 상태라고 유족들은 전했다. 아이는 “엄마, 아빠 장사 갔다 올 거니깐 빨리 집에 가요”라고 엄마를 보챘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모친과 남편을 잃은 베트남 국적의 엄마는 도움을 주기 위한 관리사무소 전화에 “아이가 너무 아파요”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여러 질문을 해도 사건의 충격 때문인지 이 말만 반복하더라”면서 “주변에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