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첫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12일 데카 레이블 새 앨범 출시
23일부터 전국서 리사이틀 투어
“수액 맞고 녹음… 의외로 만족”
“라흐마니노프는 가슴이 끓게 만드는 작곡가입니다. 광활한 대양 위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이랄까, 대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죠.”


선우예권이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3악장(피아노용 편곡)을 연주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앨범과 리사이틀의 교집합은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두 곡의 변주곡이다. 앨범엔 라흐마니노프가 단골 앙코르곡으로 삼았던 전주곡 C샤프단조 등 전주곡 2곡, 피아니스트 볼로도스가 편곡한 첼로 소나타 3악장,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곡 ‘사랑의 슬픔’도 수록했다. 라흐마니노프에게 초점을 맞췄으면서 다른 다양한 음악가들의 체취가 깃든 선곡이다.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16세 때 미국에 가서 커티스 음악원의 세이모어 리프킨 교수께 처음 배운 곡이죠. 1948년 라흐마니노프 콩쿠르 우승자셨는데, 라흐마니노프에게 필요한 감성과 표현을 온전히 전달해 주셨어요. 무섭기로 유명했지만 전화를 드리면 ‘바빠도 네게 줄 시간은 있다’고 하시는 분이셨죠.”
리사이틀 전반부에는 브람스가 피아노 왼손만을 위해 편곡한 바흐 ‘샤콘’과 바흐 파르티타 2번 등 바흐의 두 곡을 연주한다. “하노버 음대의 베른트 괴츠케 선생님이 우스개로 라흐마니노프는 ‘바흐마니노프’다고 하셔요.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느낌에서 두 작곡가는 비슷한 면이 있죠.”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그에게 우승을 가져다 준 곡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수많은 음색의 물감으로 다양하게 섞어 낼 수 있는 재료들을 만들어냈죠. 그 대신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많은 고충도 안겨주었어요. 저는 한 손으로 10도(도에서 다음 옥타브 미까지)를 간신히 짚는데, 라흐마니노프는 네 음을 더 크게 짚을 수 있었다고 하죠. 하지만 어떤 부분들에선 신기하게 손에 잘 맞는 느낌도 듭니다.”
서울 리사이틀은 10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4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