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외면 받는 ‘신의 직장’ 한국은행
한국은행 전경.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도 퇴직자(명예퇴직 제외, 37명) 중 20, 30대 직원 비율은 73.0%(27명)로 2019년(60%), 2020년(63.64%)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8~2022년 경력직 채용 예정 인원 96명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49명만 충원했습니다.
한은의 위상 변화는 연봉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보다 보수가 높았지만, 최근 5년간 평균 연봉인상률이 1.6%에 그치면서 역전됐습니다. 지난해 한은의 평균 연봉은 1억330만 원으로 KB국민(1억2292만원), 하나(1억1935만원), NH농협(1억1878만원), 신한(1억1297만원), 우리(1억1057만원) 등 국내 5대 시중 은행보다 낮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에는 텔러 직군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일반직군을 비교할 경우 한은의 연봉이 더 낮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한때 한 몸이었던 금융감독원보다도 평균 연봉이 600만 원 낮습니다.
성과급도 민간업체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3급 이하 직원들의 경우 업무성과 평가에 따라 연봉의 최대 8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평균 연봉을 감안하면 600만 원 내외로 예상됩니다. 민간 대비 성과급도 적지만 최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도 10%에 불과합니다.
젊은 직원들은 전문성을 기르기 힘든 순환 보직과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에도 불만입니다. 의견을 내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폐쇄적인 조직 문화 탓에 젊은 직원들은 한은을 조용한 절간에 빗대 ‘한은사(寺)’라고 부릅니다. 2020년 맥킨지앤컴퍼니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결과 ‘조직 건강도’에서 낮은 평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젊은 직원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1년 6개월 가량의 해외 학술 연수입니다. 조직 내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토플 등 스펙도 쌓아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최근 시중은행에서 해외지사로 파견을 보내면서 차별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 6월 창립 73주년 기념사에서 우수 인재를 뽑는 노력 이상으로 직원들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 부임 이후 외부기관으로 갔던 퇴직자를 재취업 시키는 문을 넓히는 등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변화로는 유능한 젊은 인재를 잡아두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은 노조는 해법으로 임금결정권을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한은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묵묵부답입니다. 올해도 사실상 법 개정은 물 건너 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과연 조직문화 쇄신 없이 연봉만 올린다고 한은이 채용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한은의 변화가 주목됩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