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공헌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다. 폐기물, 즉 버려지는 음식물처럼 전혀 가치가 없어 보이는 재료를 상품화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비즈니스도 그중 하나다.
최근 이색적인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일본 회사가 있다. 바로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염색 업체 ‘니시센코’다. 니시센코의 대표 제품은 버려지는 먼지를 활용해 만든 캠핑용 발화제, 일명 ‘이마바리의 먼지’다. 일본에서 수건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도시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소재한 니시센코는 인근 제조업체들의 의뢰로 수건 염색을 담당한다. 염색을 하려면 고온의 염액에 원단을 담그고 기계로 건조해 색을 입혀야 한다.
그런데 수건을 건조할 때 필터에 달라붙는 솜뭉치가 니시센코 공장의 골칫거리였다. 하루에 120L 봉투 2개에 달하는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전기 합선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도 높였다. 그러던 중 니시센코의 상품개발부장이 솜뭉치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이용하면 점화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 역발상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됐다.
먼지 외에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많은 재료가 버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어업에서는 판매할 만한 크기가 아니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이라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고 버려지는 생선이 많다. 소위 ‘미이용 생선’이라 불리는 이런 생선은 일본 어획량의 30%를 차지한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밀키트 구독 서비스인 ‘피셸’은 미이용 생선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한 케이스다. 2021년 3월부터 피셸이라는 브랜드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 ‘벤나즈’는 버려지는 생선의 재활용이라는 사업 목표에 집중한 결과 가정용 밀키트 시장에서 활로를 찾았다. 이 회사는 생선을 손질, 가공해 냉동한 뒤 밀키트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집에서 간편하게 생선을 조리하려는 맞벌이 주부, 독신, 노년층 등을 사로잡았다.
폐기물의 변신은 그 자체만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친환경 활동에 동참한다는 보람을 느끼게도 한다.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친환경’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에서 성공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보여준 공통점이다. 폐기물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해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싼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높은 편이다. 밀키트 업체인 오이식스가 버려지는 브로콜리 줄기를 활용해 만든 과자의 경우 한 봉지에 430엔(약 3900원)으로 다른 과자보다 비쌌다. 오이식스에 의하면 채소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 판매하지 않으면 재활용을 해봤자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이 없는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궁극적으로는 제품 자체가 매력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환경에 유익하니까 구입해 달라는 당위성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 환경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과 서비스가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소비자들은 비로소 지갑을 연다.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먹고 싶고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업사이클링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76호에 실린 ‘수건 공장의 먼지를 모아서 판다고요?’를 요약한 것입니다.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