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66〉의병장의 임형시
영화 ‘교사형’에서 사형수 R(왼쪽)은 사형장에서 국가가 자신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임을 주장한다. 아트시어터길드 제공
한시에서 사형 전 마지막 심경을 적은 시를 임형시(臨刑詩)라고 한다. 임종시(臨終詩)나 절명시(絶命詩)와 달리 강제된 죽음에서 비롯되는 비극성이 있다. 구한말 의병장 이강년(1858∼1908)은 다음과 같은 임형시를 남겼다.
시인은 형 집행 뒤 10분이 지나도록 살아있었다고 한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교사형(絞死刑·1968년)’에도 재일 한국인 사형수 R이 교수형 집행 뒤에도 죽지 않아서 벌어지는 소동이 그려진다. 영화에선 교도소장이 과거에 경험한 식민지 포로수용소의 사형수 이야기가 나온다. 교도소장은 사형수가 죽음이 닥쳐오는 최후까지 현실을 부정하고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영화는 R에 대한 교수형이 재집행되면서 마무리된다. 마지막에 ‘관객 여러분도 사형 집행에 참가해 주셔서 고맙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감독은 국가에 의한 살인인 사형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재일 한국인이란 거울에 비친 일본인의 추악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시인의 임형시에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삶에 대한 미련도 찾아볼 수 없다. 적군의 칼에 얼굴에 커다란 상처가 남은 의병장의 행적을 되짚어 본다. 강제된 죽음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지사(志士)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