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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김정은과 농업발전 논의… 줄것 있다” 식량지원 시사

입력 | 2023-09-14 03:00:00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에너지 지원-철도 협력도 의제
北노동자 파견 연장 합의 가능성




“우리는 분명히 경제협력 문제와 인도주의 성격의 문제, 지역의 상황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13일 오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안의 한 회의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모두 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공동 건설사업 등 경제협력 분야부터 인도적 차원의 식량·에너지 수출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회담장에는 러시아의 산업통상부, 교통부, 천연자원부 등 경제협력과 관련된 부처 장관들이 동석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농업 발전에 대해 논의했고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대해 세계 밀 수출국 1위인 러시아가 식량 지원 등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면서 “이 외에도 평등하게 일할 기회도 있다”고도 했다. 북-러 정상이 회담에서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파견 기간 연장 등 방안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시사한 것. 전쟁에 대규모 청년을 동원한 러시아는 건설 분야 등에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반면 북한은 대북 제재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송환돼 외화벌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규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친러 세력이 점거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재건 사업에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와 북한이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며 “중국으로 가는 철도와 항구, 도로와 같은 매우 좋은 ‘물류 삼각형’을 만들 수 있는 작업의 재개”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역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는 등 북-러 간 공동 사업을 재개하는 문제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4년 10월 동평양역에서 착공식을 했지만 러시아 건설회사의 파산으로 좌초된 러시아의 북한 철도(총 3500km) 개보수 사업이 재개될 수 있고, ‘하산 관광특구’ 개발을 위해 북-러 접경 지역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건설하는 사업 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북-러 접경인 하산역에서 12일 김 위원장을 맞이했던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지사는 텔레그램 계정에 “관광, 농업 발전, 건설과 연계된 공동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러 협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올 7월 들어 북한에 수출한 정제유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수출 규모는 올 5월 2593배럴, 올 6월 2305배럴 수준이었지만 올 7월에는 1만933배럴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