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에너지 지원-철도 협력도 의제 北노동자 파견 연장 합의 가능성
“우리는 분명히 경제협력 문제와 인도주의 성격의 문제, 지역의 상황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13일 오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안의 한 회의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모두 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공동 건설사업 등 경제협력 분야부터 인도적 차원의 식량·에너지 수출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회담장에는 러시아의 산업통상부, 교통부, 천연자원부 등 경제협력과 관련된 부처 장관들이 동석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농업 발전에 대해 논의했고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대해 세계 밀 수출국 1위인 러시아가 식량 지원 등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와 북한이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며 “중국으로 가는 철도와 항구, 도로와 같은 매우 좋은 ‘물류 삼각형’을 만들 수 있는 작업의 재개”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역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는 등 북-러 간 공동 사업을 재개하는 문제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4년 10월 동평양역에서 착공식을 했지만 러시아 건설회사의 파산으로 좌초된 러시아의 북한 철도(총 3500km) 개보수 사업이 재개될 수 있고, ‘하산 관광특구’ 개발을 위해 북-러 접경 지역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건설하는 사업 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북-러 접경인 하산역에서 12일 김 위원장을 맞이했던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지사는 텔레그램 계정에 “관광, 농업 발전, 건설과 연계된 공동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러 협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올 7월 들어 북한에 수출한 정제유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북 정제유 수출 규모는 올 5월 2593배럴, 올 6월 2305배럴 수준이었지만 올 7월에는 1만933배럴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