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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마약중독 치료 병원 이유 알고보니…정부가 수억원 의료비 외상

입력 | 2023-09-14 06:05:00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스1


마약 중독 치료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폐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부가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에게 수억원의 치료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경영난을 겪은 의료기관이 마약중독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 치료비 미지급에 따른 미수금 내역.

14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정부가 강남을지병원, 부산의료원, 참사랑병원, 계요양병원 등 마약중독치료기관에 미지급한 치료비는 3억173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마약중독치료가 가장 활발했던 강남을지병원은 외상 치료비가 3억1500만원으로 드러났다. 경영난이 악화되자, 강남을지병원은 같은해 12월 마약중독 치료기관 지정을 반납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2020년에 걸쳐 강남을지병원에 치료비를 지급했지만, 연체에 따른 이자비는 제외하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에서 마약중독치료의 거점 역할을 해온 인천참사랑병원 또한 고질적인 치료비 외상에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참사랑병원에 지급하지 않은 미수금은 지난해 2019년 최대 8585만원까지 쌓였고,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도 여전히 6223만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의원은 이러한 미수금이 발생하는 본질적인 이유로 정부가 마약중독치료비를 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지자체를 통해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마약중독치료 예산(국비 50%, 지방비 50%)은 8억2000만원으로 그중 3억8141만원이 치료비 지원에 사용되고 4억3889만원이 남았다. 예산이 남았지만 서울 소재 병원들은 6224만원의 치료비를 받지 못했다.

지자체별로 배정된 예산이 정해져 있어 예산을 초과한 치료비를 청구할 경우 병원들이 치료비를 받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 마약중독 치료비 예산은 1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서울지역 병원이 청구한 치료비는 1억6215만원으로 예산을 뛰어넘었다. 결국 서울 병원들은 6224만원을 받지 못했다.

한 의원은 “마약중독자 치료보호는 중독자의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극복시켜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법률상 국가의 의무”라며 “어려운 여건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마약중독치료기관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가 치료기관에 직접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