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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기다려…지금이라도 고속버스?” 철도파업 첫날 시민들 ‘우왕좌왕’

입력 | 2023-09-14 10:16:00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14일 서울역 전광판에 철도노조 파업을 안내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나흘간 1차 총파업을 시작했다. 2023.9.14. 뉴스1


“1시간 기다렸어요”(68세 김모씨)
“12시 회사 면접인데 지금이라도 고속버스를 타야 할까요”(24세 닐라 아모모고보레)

14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씨(68·여)는 벤치에 앉아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는 급하게 부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 7시30분쯤 서울역에 왔지만 열차편을 찾지 못해 1시간가량 기다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서울역 와서 1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급하게 내려가려고 현장 발권을 하다보니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됐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평상시라면 운행 횟수가 많은 서울―부산 KTX 구간은 다른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날은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쉽지 않았다.

민주노총 철도노조가 14일 오전 9시부터 파업을 시작하면서 시민 불편이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KTX뿐 아니라 새마을, 무궁화 등 일반열차까지 줄줄이 운행이 중단되면서 일정을 변경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14일 용산역에서 만난 한 시민이 코레일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보여주며 열차가 취소됐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뉴스1

예약 열차가 파업 운휴 대상에 포함된 일부 승객은 대체 교통수단을 찾고 있다. 닐라 아모모고보레(24·남)는 이날 탑승이 예정됐던 열차가 윤휴 대상에 포함돼 급히 용산역을 찾았다며 12시에 전북 김제에서 회사 면접이 있다고 초조해했다.

그는 열차가 취소됐다며 대체 일정으로 받아든 표를 보여주면서 “면접이 12시에 있는데 지금 김제까지 갈 수가 없다. 겨우 다시 구매한 게 논산역에 12시21분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이어 “그냥 지금이라도 얼른 고속버스를 타야겠다”며 “혹시 고속터미널역을 가려면 어떻게 가는 게 제일 빠르냐”고 오히려 취재진에 가는 방법을 되물었다.

용산역 승강장 한쪽에서 머리를 쥐어싸며 통화 중인 한 남성은 “지금 다른 열차로 바꿔타야 한다”고 외치며 아이의 손을 잡고 캐리어를 빠르게 끌며 급하게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향에 가지 못하고 역에 발이 묶인 군인들도 적지 않았다. 용산역 대합실에 있는 롯데리아 구석진 곳에 햄버거를 먹고 있던 병장 김모씨(21·남)는 “부대에서 6시에 나왔는데 10시52분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승차권 변경·반환 창구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줄은 늘어났다. 창구 앞에서 만난 김모씨(60·여)는 코레일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을 보여주면서 “아니 송정까지 내려가서 환승해서 화순까지 가야 되는데 가기 힘들게 됐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 “코레일에서 그냥 환불 후 다른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라는 말만 왔는데, 뭔가 조치를 해줘야 하지 않냐”며 “화순에 있는 친구들도 결혼식 때문에 다 올라와야 하는데 일정이 다 꼬였다”고 덧붙였다.

전국철도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한 14일 인천 부평역에서 시민들이 전동차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나흘간 1차 총파업에 들어간다. 2023.9.14. 뉴스1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도 평상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용산역 대합실 대형TV 옆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일하는 김영주씨(23·여)는 “이 시간대 대합실에 계신 손님이 평상시보다 최소 1.5배는 더 많은 것 같다”며 “지금 주문 많이 밀려 있다”며 대기번호를 보여줬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근길 시민들도 평상시보다 10~20분씩 빨리 나왔다. 영등포역에서 시청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씨(28)는 “평소라면 8시10~20분쯤에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 파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8시 전에 나왔다”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퇴근길을 걱정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창동역에서 만난 윤모씨(33·여)는 “9시부터 파업을 해서 출근길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지만, 파업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퇴근길에는 사람이 정말 많을 것 같다”며 “출근하기도 전에 퇴근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오는 18일 오전까지 필수유지인력 9200여명을 제외한 1만3000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수서행 KTX 운행 △성실교섭 촉구 △노사합의 이행 △4조2교대 시행 등 4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은 경고파업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4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차, 3차 파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협상 결렬시 추석연휴 파업을 예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