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마음의 고향이자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안식처. 민주화 운동의 성지. 굳이 지명을 붙이지 않아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곳, 명동대성당. 하지만 그 안에 유럽 성당 못지않은 성(聖) 미술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침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당 내 미술품을 설명해주는 ‘명동대성당 가톨릭 미술 이야기 도슨트 프로그램’ 하반기 투어(매주 수, 토)가 시작된다. 명동대성당 도슨트 투어는 2019년 봄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됐다.
14사도화.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성당 전면 중앙제대 뒷면을 감싸고 있는 ‘14사도화’는 한국 교회 미술 개척자이자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장발(1901~2001) 화가가 1926년 완성한 작품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외에 초기 교회 기틀을 놓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포함했는데, 얼굴을 그릴 때 당시 활동하던 주교와 사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장발은 처음 이 공간을 어떻게 장식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마침 경주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석가모니 둘레 10대 제자상 입상 부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던 보이론(Beuron) 화풍을 따라 화려함보다 절제미를 추구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19세기 프랑스 툴루즈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사인 제스타 공방 작품으로 1898년 설치됐다. 성당 정면 제대 뒤편의 ‘로사리오 15단’ 유리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는 가톨릭교회의 묵주기도 각 단을 주제로 묘사했다. 트랜셉트(십자가형 교회의 좌우 날개 부분) 좌우의 작품은 각각 ‘예수와 열두 사도’, ‘아기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경배’를 표현했다.
청동문.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성당의 ‘문’은 세상과 거룩한 곳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명동대성당 정면의 3개의 문 가운데 중앙문은 최의순 작가가 1987년에 완성했다. 초기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건을 저부조로 표현했는데, 맨 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한 중국인 주문모 신부와 우리말 교리서(주교요지)를 편찬한 명도회 정약종 회장을 묘사했다.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조각). 사진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명동대성당 북측에 세워진 사제관 앞 정원에 있는 예수님 두상이다.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은 작품 제목으로 장동호 조각가가 1994년 제작했다. 사형 선고를 받던 당시 고통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16일 바티칸에 설치되는 성 김대건 신부 성상도 같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예수님이 눈을 감고 입을 다문 모습을 섬세한 끌질 표현했는데, 고통과 체념 동시에 무한한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