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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기기 사용’ 한의사 9년 만에 무죄…“조선시대 아니다”

입력 | 2023-09-14 14:36:00

초음파 촬영한 한의사, 의료법 위반 기소
1·2심 “의료법 위반 맞다” 벌금형 선고
대법원 “초음파 사용 가능” 새 판단 제시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 모두 허가는 아냐
한의사협회 측 “기쁘게 생각” 판결 환영



서울중앙지법 2023.7.24/뉴스1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진료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가 재판에 넘겨진 지 9년여만에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4일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한의사인 피고인이 한방부인과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생소한 한의학적 용어 대신 서양의학적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가지고 서양의학적 진단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의료행위·경위·목적·피고인 경력 등을 볼 때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진단한 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다거나 통상의 의료행위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발생시킨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씨는 앞서 2010년 3월~2012년 6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환자 신체 내부를 촬영하고 자궁 내막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4년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초음파 진단기기 개발·제적 원리는 물리학에 기초할 뿐 서양의학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사의 초음파 검사와 전혀 다른 한의학적 방법에 따른 의료행위이며 한의사에 게도 초음파 기기 사용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박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벌금 80만원형을 선고했다. 이에 박씨가 항소하자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한 관련 법령이 있는지, 통상적 보건위생상 우려가 있는지,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하는지 등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한의 진료가 가능해져 기쁘게 생각한다”며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부회장은 “과거 한의사들은 400년 전 동의보감을 공부했으나 현재의 한의사는 조선시대 사람이 아니라 과학지식과 합리화로 무장한 현대인이므로 현대 사회에 맞게 진료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협회는 한의사를 상대로 초음파·뇌파계 교육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