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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1년만의 女외무상은 ‘지한파’…차기 여성 총리 후보 3명 ‘눈길’

입력 | 2023-09-14 14:57:00

가미카와 유코, 법무상 세번 역임…기시다 내각 외무상 기용
오부치 전 총리 차녀 오부치 유코 당 선대위원장은 '총리감'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 '포스트 기시다' 후보 주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내각에 입성한 여성 각료 5명 가운데 외무상에 임명된 가미카와 요코(70) 전 법무상이 ‘지한파’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도쿄대,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미국 하버드 대학원에서 유학했다. 미 상원의원실에서 정책 입안을 보좌했고 미 대통령 선거운동에도 참여했던 국제파다. 정책컨설팅회사를 차린 뒤 정계로 입문했다. 정치를 하게 된 이유는 미국 유학 시절 해외에서 일본을 바라보며 개혁의 필요성을 통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시다 정권의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에 관한 당 내 논의를 주도할 만큼 자민당 내 파벌 중 기시다파로 분류된다. 일본 국회에서 하원 격인 중의원에 7차례 당선된 관록 있는 정치인이다. 아베 내각에서 저출산담당상, 법무상을 역임했다. 특히 법무상을 세 번이나 지내면서 옴 진리교 전 대표들의 사형 집행 명령서에 서명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한국측 카운터파트인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인연이 있다. 2007년 5월 일본 시즈오카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교류 400주년 한국·일본 교류친선 심포지엄’에서 패널로 참석했다. 당시 박진 의원은 독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군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하며 문화적 교류가 정치·외교적 갈등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고, 가미카와 당시 의원은 한일 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21년 만의 여성 외무상이라는 점도 일본 언론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무상은 전후, 수상의 등용문이라고 불리며 일본 외교의 얼굴이 돼왔다”며 “최근에는 세계에서 정상외교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외무상은 정상외교를 보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주요 7개국(G7) 의장국이자 외교를 무기로 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외무상 인사는 생명선(生命線·목숨줄)”이라고 비유했다.

기시다 총리가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유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자민당의 아소 다로 부총재 등 당 내에서는 하야시 외무상이 초당파인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어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일본의 대중(對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 중국이 대일(對日)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놓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친중파로 분류되는 하야시 외무상을 계속 기용하기 보다는 지한파인 가미카와 외무상을 입각시켜 탄력이 붙은 한일 관계 개선에 더 힘을 싣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당 임원 인사에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오부치 유코(49) 중의원도 일본 정가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오부치 유코는 당내 핵심 보직인 조직운동본부장을 맡은 데이어 이번에 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과 함께 당 4역으로 분류되는 선대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중의원 8선으로 당내 파벌 중 모테기파(헤이세이 연구회)에 속한다.

그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차녀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2000년 중의원 선거에서 26세의 젊은 나이로 첫 당선 후 일찍이 ‘미래의 총리 후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관료 경험도 있다. 2014년 경제산업상으로 입각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을 둘러싼 문제로 취임 1개월 반만에 사임한 전력은 정치 이력에 마이너스다. 전날 자민당 신임 집행부 기자회견에서 오부치 유코는 돈 문제로 경제산업상을 사임한 경위에 관한 질문을 받자 “결코 잊지 못할 상처”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기시다 총리가 당 4역 중 2개의 자리를 같은 파에 할당한 것을 두고 ‘포스트 기시다’를 엿보는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테기 간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됨에 따라 내년 가을 당 총재 선거 출마는 쉽지 않게 됐다. 모테기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자 “기시다 정권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싶다. 그것 뿐이다”라고 언명했다.

이밖에 이번 개각에서 유임된 6명 중 한 명인 다카이치 사나에(62) 경제안보담당상도 ‘포스트 기시다’를 염두에 둔 차기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중의원 9선으로 경제안전보장추진법 개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명언하며 차기 총리 도전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중의원 8선이지만 처음 입각하는 쓰치야 시나코(71) 부흥상은 영양사 자격증을 가진 요리 연구가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요리 동영상을 제작, 방송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여성 정치인이다. 가토 아유코(44) 아동정책·저출산담당상은 중의원 3선으로 이번 기시다 내각에 최연소로 입각했다. 두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