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개월 만의 악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13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이날 만나 정상회담 시간을 포함해 약 5시간 반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30분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맞았다. 보스토치니=AP 뉴시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아무르주)→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조선소(하바롭스크주)→ 태평양함대사령부(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내에서만 갔거나 갈 주요 군사시설들이다. 열차로 이동 시 거리만 약 2329km. 앞서 10일 평양을 출발해 3박 4일 동안 전용열차로 약 2700km를 달려온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도착해선 전투기 제조 공장·조선소·군함들이 정박한 부두 등 주요 군사 시설들이 있는 곳으로 또 쉼없이 이동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선 김 위원장의 관심사가 온통 군사 협력이나 첨단 기술 이전에만 쏠려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 김정은-푸틴, 서로 카빈총 선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정상회담 직후 만찬이 끝난 뒤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방문할 것을 정중히 초청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초청을 쾌히(흔쾌히) 수락했다”고 14일 보도했다.앞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던 러시아 크렘린궁은 북한 보도 이후 “일 대 일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방북을 권유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 초청을 감사히 받아들였다”며 “모든 합의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이르면 다음달 초 북한에서 회담할 수 있다고 밝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한 건 2000년 7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러 관계가 군사적, 전략적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金, 러 핵잠 승선해 북-러 군사협력 과시할 수도
김 위원장은 14일(현지 시간) 하바롭스크주의 군수 산업도시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향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만찬까지 마친 뒤, 바로 전용 열차에 올라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해 이동한 것.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시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함대 사령부 소속 함정들이 정박한 33번 부두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행을 밝히며 “(러시아 국방부가 김 위원장에게) 태평양 함대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33번 부두에 정박해 있는 러시아의 전략핵잠수함(SSBN)에 승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7월 부산 해군 작전기지를 찾아 그곳에 정박한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에 승선한 것처럼 비슷한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