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에 들수록 금방 다 읽히고, 손님은 뜻이 맞을수록 기다려도 오질 않네.
세상사 어긋나기가 매번 이러하니, 인생 백년 맘 편할 때가 얼마나 되랴.
(書當快意讀易盡, 客有可人期不來. 世事相違每如此, 好懷百歲幾回開.)
―‘절구(絶句)’ 진사도(陳師道·1052∼1101)
마음에 쏙 드는 책,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라면 읽을수록 아쉬운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남은 부분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니까. 세상에 책이 넘쳐나도 소중한 시간을 할애할 만큼 가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뜻이 맞는 친구, 의기투합하는 친구라면 늘 함께 지내고 싶겠지만 내 기대대로 곁에 머물진 않는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주변에 사람이 넘쳐나도 이해관계 따지지 않는 지기(知己)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시인은 책과 친구를 들었지만 기실 세상사 태반이 언제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인지한다. ‘인생 백년 맘 편할 때가 얼마나 되랴’는 탄식은 ‘백년도 못 사는 인생, 늘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사네’라 했던 한말(漢末) 무명씨의 시구를 원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원류는 ‘장자(莊子)’다. 여기서 도척(盜跖)은 공자를 향해 ‘사람은 장수하면 백년, 보통 수명은 팔십 년, 적은 수명이라면 육십 년을 사는데 병들거나 우환을 겪는 시간을 빼면 그중 웃을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4, 5일 정도에 불과하다’라 설파한 바 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