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그런데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들은 누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지 내기라도 하는 듯하다. ‘사냥개들’을 보면 한국은 돈이면 모든 게 가능하고, 사람도 너무 쉽게 죽이는 나라고, ‘마스크걸’에서는 외모 지상주의에 성형 천국인 나라다.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계속 자극적인 소재, 자극적인 스토리만 시청하다 보면 보는 사람이 질리고, 지치고, 무뎌지게 된다. 한때 홍콩영화가 아시아를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성룡, 홍금보, 원표 시절 ‘취권’, ‘정무문’, ‘용쟁호투’ 같은 무술 액션 영화, 주윤발이나 장국영 유덕화가 나오던 시절 ‘영웅본색’, ‘첩혈쌍웅’ 같은 총 쏘는 누아르 영화 등. 그 시절 홍콩영화는 누가 더 총을 많이 쏘고, 어떤 영화가 더 많은 사람이 죽나? 이게 흥행의 잣대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총만 쏘다 보니 관객들은 총 쏘는 홍콩영화가 시시해졌다.
2023년. 외국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뭘까? 아마도 케이팝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 같고, 케이푸드나 케이뷰티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BTS나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케이팝 스타들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고, 우리나라 음식 중에 떡볶이나 김밥 그리고 삼겹살을 먹어 본 외국 사람들의 반응 또한 너무 좋다. 유명한 외국 유튜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 맛집으로 서울 마장동에 있는 소고기집을 선정했을 정도다. 화장품 품질이 좋아서 동남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케이뷰티가 주목받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다양한 케이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주고 있는데, 너무 자극적이고, 이유 없이 잔인하기만 한 드라마들이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