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갈승은 atg1020@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반면 한국의 경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를 묻는 건 물론이거니와 “예쁘다” “잘생겼다” 같은 외모 이야기도 쉽게 한다. 아기들에게도 “예쁘게 생겼다” “장군감이네” 등 외모에 대한 언급을 서슴지 않는데 이건 외국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한국인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미용과 뷰티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 뷰티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유명 제품 및 아이디어 상품 가운데 한국에서 발명되거나 발전된 것이 많다.
그런데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요새 들어 어떤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의 나이를 짐작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필자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대략 한국인의 나이를 알아맞히는 데에 능숙한 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외양만 보고는 한국 여성들의 나이를 알아맞히기 어려워졌다.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엄마라 종종 학부모와 길에서 마주치거나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필자와 비슷한 연배인지, 한참 언니인지 알고 싶은데 해가 갈수록 엄마들의 모습이 필자가 아는 전형적 한국 아주머님 모습보다 젊어져서 나이를 짐작하는 것이 어렵다. 한국 아주머니를 상상할 때 늘 떠올리던 파마머리에 꽃무늬 옷차림은 사라진 지 오래다. 50대인데도 여전히 긴 생머리를 찰랑이거나 청년처럼 젊고 세련된 옷을 입은 여성분들이 늘고 있다. 같은 동네 여성들만 둘러봐도 많이 보인다.
특히 필자가 20대에 아기를 낳은 엄마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크게 느껴지는가 싶기도 하다. 필자는 늘 엄마들 사이에서 어린 축이었다. 2년 전 둘째 자녀를 출산했을 때도 산후조리원에서 유일한 20대였다. 한국 엄마들은 보통 필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텐데 요즘 외양만 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 30대 이상의 엄마들이 갈수록 젊어지고 세련되어지고 있어서 필자와 비슷한 연배인지, 한참 언니인지 도통 구분이 가지 않는다.
즉, 어떤 면에서는 필자가 좋아하는 대한민국이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동년배인지, 언니인지 알 수 없는 학부모들이 늘어서 필자로서는 호칭을 위해 나이를 확인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더 예쁘고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는 것을 응원하겠다. 그를 동력으로 한국의 뷰티산업도 더 성장하기를 빈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