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리 에세이스트
남동생이 상경하고 같이 살았던 마지막 집이 제일 좋았다. 장례식장 옆에 지어진 오래된 연립주택. 처음으로 각자의 방을 나눠 가진 집에서 살았다. 우리는 퇴근길에 같이 장을 봐와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하고 방을 쓸고 닦고 빨래를 갰다. 생활이라 할 만한 일상과 흔적이 생겨났다. 그 집에 두고 온 게 하나 있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이렇게 귀엽고 찡한 거지. 찡한데 웃기고, 웃긴데 고맙고, 고마운데 촌스럽고, 촌스러운데 또 짠하고. 동생 눈치를 살피며 쓰는 척하다간 그냥 두었다. 그 화장대, 동생이 맨 나중에 집을 떠나면서 어딘가 버렸을 텐데. 가끔 생각난다. 한밤에 촌스러운 화장대를 낑낑 짊어지고 5층 계단을 올라왔을 동생의 마음이.
결혼하면서 짐을 챙겨 먼저 그 집에서 나오던 겨울밤, 남동생 앞에서 으엉으엉 어린애처럼 울음이 터졌다. “야, 나 이제 가.” “고생했어, 누나. 잘 살아.” 동생은 나를 안아주었다. 그날 되게 추운 겨울밤이었는데도 따뜻했다. 우리는 그 집에 추억을 두고 왔다. 아침에도 곡소리가 들리던 장례식장 옆의 허름한 연립주택. 겨울엔 너무 춥고 여름엔 너무 더웠던 오래된 집. 그러나 생활과 추억이 있어 비로소 사람 사는 것 같았던 집. 도시살이에서 유일하게 따스했던 우리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