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재생에너지 행사에서 정부 관계자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기업계 인사가 “신재생이 현 정부의 ‘적폐’로 낙인찍힌 사실이 실감난다”며 건넨 말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강경성 2차관은 지난달에만 ‘원전 수출 일감 설명회’ 등 원전 관련 행사 3곳을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이 기간 강 차관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행사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비현실적인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태양광 보조금 비리 등 신재생에너지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울진 신한울 3, 4호기 원전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신한울 3, 4호기 공사 중단은 국가 범죄”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에너지 정책의 정치화가 낳은 폐단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을 동원해 해외 주요 유전, 광산 등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장기 투자가 필수인 광물자원 특성상 조기에 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문 정부는 자원 외교를 ‘적폐’로 규정하고 광물자원공사의 11개 해외 자산을 한꺼번에 매각했다. 2012년 219개였던 해외 광물 개발사업은 2021년 94개로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우량 광산이 헐값에 팔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이 지난달 29일 원전 기자재,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모인 ‘원전 수출일감 통합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2009년 확보해 총 8500억 원이 투입된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 광산도 최근 자원무기화 흐름과 맞물려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광산 역시 문 정부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2021년부터 수익이 나자 이를 철회했다. 미중 갈등과 맞물려 공급망 안정화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이제 필수가 됐다.
에너지 정책의 정치화는 전기요금 책정에까지 마수를 뻗고 있다. 문 정부 내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여론을 의식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한 결과, 한전은 부채만 201조4000억 원(올 6월 말 기준)에 이르는 부실 덩어리가 됐다. 전문가들은 원가를 반영한 요금 인상 외에는 한전 부실을 털어낼 묘안이 없다고 말한다.
김상운 경제부 차장
김상운 경제부 차장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