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무기거래] 北, 기술 받으면 핵타격력 고도화 “핵잠수함 7년뒤면 개발 가능성”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북한이 탄약 제공과 맞바꾸려는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핵잠수함 기술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냉전기 소련 시절부터 반세기 이상 축적한 고도의 우주 개발 및 군사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장소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크기와 추진력을 직접 물어보면서 큰 관심을 보인 ‘안가라 로켓’이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의 차세대 발사체인 이 로켓의 RD-191 엔진은 추력이 213t으로 누리호(75t)의 2.8배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수 t 이상의 초대형 위성 발사는 물론이고 ICBM으로 전용하면 더 크고 많은 핵탄두를 싣고 지구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술이 북한에 유입될 경우 김 위원장이 공언한 다량의 정찰위성 실전 배치와 미 본토를 겨냥한 핵타격력 고도화를 단기간에 실현할수 있을 것으로 한미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재진입과 다탄두 등 ICBM 핵심 기술도 북한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러시아가 최근 실전 배치한 ‘사르마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탄두 ICBM으로 최대 15기의 핵탄두를 싣고, 1만8000km까지 날아간다. 단 1발로 프랑스 크기의 국가를 초토화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북-러 공동의 대미 전략적 억지력인 자국 ICBM의 조속한 고도화를 위해 러시아에 관련 기술 전수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 대미 핵보복 능력을 갖길 원하는 북한으로선 러시아의 SSBN용 소형 원자로와 소음 차폐, SLBM 기술 이전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7년 뒤엔 핵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핵 관련 기술의 북한 이전은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핵확산 주범이라는 국제적 비난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고강도 제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유엔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이 가능하다”고 한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