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무기거래] 北-러 무기회담 뒤 미묘한 기류 변화 FT “北무기 러 반입 증거 드러나면 美, 韓에 무기 직접 지원 요청할 수도”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이에 앞서 북한 포탄이 이미 러시아로 들어간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정부는 아직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황 악화에 따라 무기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실체가 정상회담 이후 더욱 분명해질 경우 정부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주변 세력이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해서 하루이틀 사이에 한국 입장이 돌변하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전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게 뭔지 관찰한 다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상 무기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우리 정부가 올해 3월 군수품 대여 계약을 통해 미국에 보낸 155mm 포탄 50만 발 안팎은 미국 도착 직후 우크라이나로 들어갔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여 포탄의 우크라이나 이송 여부는 한미 간 극비 합의여서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당시 정부는 포탄을 대여하며 최종 사용자를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이 이 탄을 미국이 쓰든 우크라이나로 보내든 알아서 사용하라고 용인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 한국이 미국에 포탄을 이전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포탄의 우크라이나 이송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 시간)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현실화되면 (미국 등 서방은) 그동안 러시아를 자극하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회 지원하던 한국에 무기를 직접 지원해 달라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싱크탱크 CSIS도 보고서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이 한국에 살상 무기를 비롯해 더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