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태 이후 두달새 43% 급증 조합원 11만여명… 전교조의 2.7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의 조합원이 올해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43% 늘었다. 정치색이 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 최근 20년 새 9만 명대에서 4만여 명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교사노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030 젊은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실용주의, 교사 권익 신장을 지향하는 신생 노조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만5708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13일 현재 11만6493명이다. 8개월 만에 6만785명(109%)이 급증한 것. 교사노조는 2016년 전교조의 운영에 비판적이었던 교사들이 전교조를 탈퇴한 뒤 설립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이다. 2017년 12월 363명이 교사노조로 출범했고, 2021년엔 조합원이 4만5098명까지 늘어 전교조(4만3756명)를 추월했다. 현재는 전교조의 약 2.7배로 커진 셈이다. 각 단체가 밝힌 숫자로는 이전까지 국내 최대 교원단체였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10만4714명도 넘어섰다. 다만 중복 가입자, 교총의 교수 조합원 등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서이초 사건은 교사노조에 교사들이 몰리는 기폭제가 됐다. 설립부터 서이초 사건(7월 18일) 전까지 월평균 900여 명 수준이던 교사노조 신규 가입자는 사건 이후 월평균 1만7400여 명(1900%)으로 폭증했다. 서이초 사건 당일 8만1580명이었던 조합원은 9월 13일 현재 3만4913명(42.8%)이 늘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치적 색깔이 강한 전교조나, 교장과 교감 중심의 교총과 달리 교사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들, 정치색 덜한 실용노조로 몰려… 2030이 66%
결집하는 MZ교사
초등교사 가입자 증가세 가팔라
“교권보호 울타리 필요성 커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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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 울타리 필요성 커진듯”
교사노조는 기존 교원단체와 달리 20대(27.8%)와 30대(38.2%) 조합원 비율이 총 3분의 2에 이른다. 교총, 전교조 등 다른 교원단체들이 40, 50대가 중심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교사노조의 성장은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치색이 강한 전교조는 소속 교사들이 “미국이 6·25전쟁을 유도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총에 많이 소속된 교장, 교감들은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은 정치색은 덜하고, 교사 권익을 중요시해 이런 논란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젊은 교사들은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당 등 처우 문제부터 학교폭력 대응 부담 완화 등 실용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16일 재개되는 국회 앞 교사 집회에서도 교사노조는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공교롭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교조 집회도 열리면서 교사 집회가 정치적 집회나 반(反)정부 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초교 교사는 “두 달간 이어진 교사들의 집회가 국민과 정부의 공감을 받은 것은 정치 구호를 배제하고 법을 엄격히 지켰기 때문”이라며 “교사들 내부에서도 변질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9월 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 때도 교사노조는 정치적 구호나 반정부 투쟁을 엄격히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