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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법농단’ 양승태 징역 7년 구형

입력 | 2023-09-15 11:47:00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7. 뉴스1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책임을 물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사건 수사팀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은 개별 법관의 일탈이 아닌,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업무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직무 범행”이라며 “단건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법관의 재판 독립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한편, 신속한 재판 사무를 지원하는 책무와 권한을 위임받은 사법행정권자”라며 “그런데도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판사들에 대해 무리한 관리를 하고, 이들을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와해시키는 방안을 은밀하게 검토해 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거듭 촉구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법관 독립을 침해하고 권한을 남용한 사건으로 국민적인 여론이 일 정도로 사법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그간 법원은 국가권력 남용을 직권남용으로 단죄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의 가치를 수호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의 독립을 훼손한 피고인들이 이 같은 가치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역설”이라며 “이 같은 법리는 입법·사법 권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며,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면 이조차 사법부 자체가 스스로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공소 제기 후 약 4년 7개월 만에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이 이뤄지며 재판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2019년 2월 11일 구속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재판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이다.

그는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법원 재외공관 파견 등을 도모하려고 청와대·외교부 등의 지원을 받거나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헌법재판소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이같이 범행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개입과 헌재 내부기밀 불법수집,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33개 혐의로, 고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영장재판 개입, 판사 비위 은폐 등 18개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오후에는 피고인 측의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