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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나 참사, 왜 발생했나…“댐 구조, 관리 부족이 화 키웠다”

입력 | 2023-09-15 13:29:00

댐 두 곳 무너지면서 마을 휩쓸어…높이 3m까지
흙·암석 댐 내구성 취약…내전으로 유지·보수 없어
기후변화도 원인 제기…사망자 1만1300명 집계




리비아 대홍수 참사 최대 피해 지역인 북동부 도시 데르나 사망자가 1만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번 참사가 홍수로 무너진 댐의 자체 구조와 미흡한 유지·관리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데르나 인근 댐 두 곳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상부 댐 먼저 무너지고 하부 댐 파괴…“건물 휩쓸 만큼 위력”

데르나는 고지대에서 지중해로 흐르는 와디 데르나 강으로 양분돼 있다. 댐은 상류에 한 개, 도시에 근접한 하류에 한 개 설치돼 있었다.

지난 10일 폭우를 동반한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상류에 있던 댐이 먼저 무너졌다. 이후 수량이 급증하자 하류 댐도 급류를 이기지 못해 터졌고, 강물은 순식간에 강 양쪽 마을을 할퀴었다.

상류 댐은 150만㎥, 하류 댐은 2250만㎥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물 1㎥의 무게는 약 1t으로, 상부 댐이 가두고 있던 물의 무게는 50만t으로 계산된다.

물 자체 무게에 저지대로 흐를 때 가해지는 힘이 더해져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물 높이가 3m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20㎝ 높이 홍수는 사람을 넘어뜨릴 수 있고, 60㎝가 되면 자동차를 띄울 수 있다. 3m는 건물도 떠내려갈 홍수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기후 변화 전문가인 리즈 스티븐스 영국 레딩 교수는 “불어난 강물을 가두고 있던 댐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방류됐고, 급류에 휩쓸린 잔해가 파괴력을 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댐, 흙·암석 채워 만들어 내구성 약해…내전으로 관리 방치도 문제

댐 자체가 콘크리트가 아닌 경도가 높지 않은 흙이나 암석으로 만들어진 점도 원인으로 제기된다.

드라간 사비치 영국 엑서터대 수력공학 교수는 “(흙이나 암석으로 만들어진) 댐은 물이 용량을 초과하는 ‘오버토핑’에 취약하다”며 “콘크리트 댐은 오버토핑을 견딜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암석을 채워 만든 댐은 견딜 수 없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정치적 불안정으로 댐이 방치된 점도 화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해당 댐들은 2007년 튀르키예 회사 아르셀이 관리 계약을 체결했지만,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발하자 아르셀은 장비 등을 둔 채 철수했다. 이후 기계는 도난당하고 댐은 방치됐다.

지난해 발표된 와디 데르나 유역 수문학 관련 논문은 홍수 위험 가능성을 경고하며 주기적으로 댐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델와니 아슈어 리비아 오마르 알-무크타르 대학 토목공학 교수는 논문에서 “현재 데르나 계곡 유역 상황을 고려할 때,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 계곡과 도시 주민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당국이 댐을 정기적으로 유지 보수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었다.

이번 폭풍이 지중해성 허리케인인 ‘메디케인’인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메디케인’은 지중해(Mediterranean)와 허리케인(hurricane)의 합성어로, 반경과 지속시간은 허리케인보다 짧지만 그에 못지않은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다.

대니얼도 데르나 지역에 24시간 동안 400㎜ 이상 비를 퍼부었다. 데르나 9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이 1.5㎜인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양이다.

◆기후 변화도 원인 거론…현재까지 사망자 1만1300명

전문가들은 속단하기 이르지만, 기후 변화가 메디케인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메디케인은 일반적으로 9~12월 한두 차례 발생하지만, 피해 규모가 크고 영향이 지속되는 이례적인 폭풍이 잦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이같은 폭풍과 폭우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리비아 적신월사가 현재까지 파악한 사망자 수는 1만1300명을 넘어섰다. 1만100여명은 실종돼,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데르나에서 서쪽으로 100~200㎞가량 떨어진 베이다와 샤하트, 마르지, 수사 등 도시에서도 물살에 떠내려온 차들이 겹겹이 쌓이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대니얼이 남하하기 전 영향을 받은 그리스, 불가리아, 튀르키예에서도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리비아를 동부와 서부로 나눠 장악 중인 양대 정부는 이날 리비아 법무부에 참사 관련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