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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마이스키 “지휘자 장한나, 놀라운 직관과 에너지 있어”

입력 | 2023-09-15 16:27:00


“9살 첼리스트였던 장한나처럼 처음 봤을 때처럼 지휘자 장한나에게서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관객의 귀와 눈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움직이는 특별한 자질을 가졌죠.”(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5)는 장한나(41)의 스승이다. 1992년 내한 당시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공연을 보러온 9살 장한나와 인연을 맺고 그녀를 평생의 유일한 제자로 가르쳤다. 장한나는 음악이 무엇인지,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 지를 마이스키에게 배웠다. 그리고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우승,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31년 사제의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이 지휘자와 협연자로 국내 무대에 선다. 공연은 오는 17일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19일 대전, 21일 경주, 23~24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국내 공연은 2012년 앱솔루트 클래식 공연 이후 11년 만이다. 장한나와 마이스키는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제가 9살이었을 때 마이스키가 독주회를 위해 내한했어요. 연주 후 사인회를 할 때 아버지가 제 연주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건네셨죠. 1~2주쯤 지났을까. 선생님의 부인이 보낸 국제우편이 왔어요. 선생님이 매년 여름 이탈리아의 한 마스터클래스에서 지도를 하는데, 거기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감격적이었죠.”(장한나)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나의 연주를 처음 들은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환생’을 믿는데, 그 작은 소녀에게서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후로도 함께 무대에 오를 때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죠.”(미샤 마이스키)


장한나는 이듬해 여름 이탈리아로 갔고, 빠르게 성장했다. “선생님은 진지하게 저를 가르쳤어요. 연주자는 음악을 해설하는 사람이고, 해설은 악보에 기반해야 하고, 악보에는 작곡가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 그러므로 음표가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셨죠.”

정상의 자리에 오른 후에는 지휘자로 전향,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를, 지난해 9월부터 함부르크 심포니의 수석 객원지휘를 맡고 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쾰른 필하모닉, 비엔나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마이스키는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한 유일한 첼리스트이고, 장한나는 그런 그의 유일한 제자다. 장한나가 첼로를 멈춘 것을 아쉬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장한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마이스키는 “음악을 향한 열정은 음악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라며 “한나는 놀라운 직관과 지성, 에너지를 갖고 있고, 특별한 감동과 깊이를 주는 지휘자로,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옆 자리에 있던 장한나는 “모두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나가 지휘자가 되기 위해 첼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희생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럼에도 한나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첼리스트로 돌아와 함께 슈베르트의 첼로협주곡을 함께 연주하고 녹음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장한나는 “저도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과 슈베르트의 첼로 작품을 연주하고 싶다”며 “14, 15살 무렵에 선생님, 기돈 크레머 등과 5중주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다. 지금 하면 연주를 더욱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장한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안에서 나를 찾고, 내 안에 있는 음악을 찾는 것이고 이것은 끝이 없는 여정”이라며 “어떤 형태, 어떤 형식이 됐건 음악에 충실한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했다.

장한나와 마이스키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5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선보인다.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디토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장한나는 “많은 의논을 거쳐 완성됐고,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공연”이라며 “제가 음악가로 살면서 가장 중요했던 첫 순간들이 있는데, 제 눈을 열어주신 선생님, 연주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로스트로포비치콩쿠르에서 연주한 드보르자크,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불을 지펴준 베토벤 등이 다 이 투어에 모여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