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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화장품, 日서 佛 꺾고 1위… 캐나다-베트남 수출도 날개

입력 | 2023-09-16 01:40:00

[위클리 리포트] 제2전성기 맞은 K뷰티
최대 시장 중국선 판매 줄었지만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재도약
163개국 진출하며 시장 다변화




《제2 전성기 맞이한 K뷰티
K뷰티가 K콘텐츠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영토를 키우고 있다. 중국 시장이 저문 대신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는 K뷰티 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



“K드라마 여주인공들이 즐겨 쓰는 아이템이라죠. 발라 보니 빛이 나네요.”

미국인 여성 유튜버가 한국산 ‘멀티밤’(고체로 된 막대형 로션)을 발라보는 영상을 올리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는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이 제조한 것으로 입술부터 무릎이나 손등, 팔꿈치 등 건조하거나 거친 피부에 바르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주로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에는 한국산 ‘입술용 팩’ 사용기와 함께 “이걸 따라 한 카피캣(짝퉁)이 많은 이유가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영상이 올라온다.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 리뷰를 올린 또 다른 미국인 여성 유튜버는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피부가 너무 좋아졌다”며 “(좋은 성능 때문에) 여러분에게 소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산 화장품이 K콘텐츠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북미와 중남미, 중앙아시아, 유럽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 아마존에서는 한국 화장품들이 판매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K뷰티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해외 판매 제품이 여전히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고, 글로벌 업체들과 견줄 만한 브랜드 인지도를 쌓지 못하면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 전반적 부진에도 반등 기회 만든 ‘K뷰티’

지난해 K뷰티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화장품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산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0조275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2%(달러 기준으로는 13.4%) 줄었다. 2021년 한국 화장품 수출 비중의 절반을 넘었던 최대 수출시장 중국의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 현상 등으로 K뷰티 소비가 감소한 탓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6.0% 줄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의존도가 컸던 화장품 수출 대상이 다변화되는 계기도 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153개국이던 화장품 수출국은 지난해 163개국까지 늘어났다. 특히 K콘텐츠의 영향력이 강한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국가의 화장품 수출은 각각 23.4%, 13.2%, 44.4% 늘었다.

국내 업체들이 집중하는 선진국 시장도 전반적인 상승세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6억3517만 달러로 이미 전년도 수출액인 8억3915만 달러의 76% 수준을 보였다. 프랑스(5.8%), 캐나다(40.8%) 등도 지난해 전년도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대일본 화장품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1억9000만 달러이던 대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2021년 5억8400만 달러로 4년 사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KOTRA 도쿄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체 화장품 수입액 중 한국 제품 구매 금액의 비중이 23.4%로 프랑스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1위를 달성했다.

● K콘텐츠 바람 타고 K뷰티도 인기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K뷰티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K뷰티의 재도약에는 K팝을 중심으로 한 K컬처의 공이 크다. K팝, K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함께 주목을 받았다. 유명 아이돌그룹이나 가수들의 무대 화장, 드라마 주인공들의 화장법과 이들이 사용하는 제품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K팝 아티스트들을 모델로 기용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인지도와 가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진 북미 지역에서 K팝 마케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1월 아모레퍼시픽은 BTS(방탄소년단)와의 협업(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라네즈 마스크팩 ‘방탄소년단 I 아모레퍼시픽 립 슬리핑 마스크 퍼플 에디션’을 출시했다. 같은 달 BTS 미국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하며 현지 인지도를 높였다. BTS의 인기에 힘입어 라네즈는 지난해 7월 아마존의 할인 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뷰티 카테고리 브랜드 1위를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14년 진출 이래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 및 가치를 높여오던 제품에 BTS가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립스틱을 포함한 입술 화장품도 K콘텐츠의 수혜를 받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더글로리’ 등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장인물 들의 입술 메이크업이 유튜브, 틱톡 등에서 인기를 끌며 매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한국의 립스틱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립스틱, 틴트, 립밤 등 입술 화장품 수출액은 누적 1억98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던 지난해 2억2500만 달러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관련 무역수지도 1억298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연간 흑자 1억3000만 달러를 따라잡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에서 비롯된 K뷰티 유행이 입술 화장품 쪽에서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패션 뷰티 업계 관계자들은 K뷰티에 대해 이미 K컬처에서 비롯된 거대한 팬덤을 이어받은 상품군으로 평가한다. 패션 플랫폼 왈라랜드의 이성이 대표는 11일 열린 ‘2023 K포럼’에서 “한국 연예인이 입어서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들은 80% 이상이 품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 스페셜원 메이커스 김동균 대표도 “K뷰티만의 이미지를 발전시키면 K뷰티가 샤넬 못지않은 명품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낮은 브랜드 가치 극복 과제
다만 K뷰티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낮은 브랜드 가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중저가나 가성비 제품 비중이 높아 글로벌 브랜드들과 견줄 만한 브랜드 인지도가 세계 시장에선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올해 세계 50대 화장품 브랜드에서 한국 제품은 설화수(33위), 더 히스토리 오브 후(34위)를 제외하고는 없다. 전통적인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 미국은 물론이고 3개 브랜드를 올린 일본에도 밀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강국에 비해 고가 제품 비중이 부족하고 이제껏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제품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중저가 제품 시장의 특성상 한순간에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엘프뷰티’라는 중저가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평균 제품 가격은 6달러로, 한국 등 경쟁사의 평균 판매가 9∼20달러보다 낮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시장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 어렵지만, 중저가 시장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많아 신규 브랜드가 쉽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뷰티 업계는 북미 등 선진국 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라네즈를 중심으로 북미 지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현지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고 아마존에 자사 제품을 적극 입점시키는 등 현지 시장 점유 확대 및 판로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에는 미국 시장 트렌드에 큰 영향을 받는 멕시코에도 진출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4∼6월) 북미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4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크렘숍을 인수하는 등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 화장품 시장 3위인 일본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9월 에스트라와 헤라의 일본 진출을 밝혔다. 7월부터 현지 유통사 및 미디어, 인플루언서 300여 명이 참가한 VIP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진출 준비를 해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공식 진출 전부터 현지에서 직구 수요를 확인하는 등 일본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뷰티 열풍의 진원지였던 중국도 여전히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각각 약 3000억 원(추정), 377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5.0%, 10.8%에 이른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자사 인기 제품 ‘천기단’ 라인업을 리뉴얼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서경배 회장이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로 K뷰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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