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재판독립 파괴” 징역 7년 구형 ‘박병대 징역 5년-고영한 4년’ 요청 梁 “정치세력의 공격” 혐의 전면부인 4년 10개월만인 12월에 1심 선고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역대 대법원장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75·사법연수원 2기)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2019년 2월 11일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한 지 1677일 만이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12월 22일로 잡으면서 사법농단 사건의 1심 판결은 4년 10개월 만에 나오게 됐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법행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도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66·12기)은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68·11기)은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 檢 “재판 독립 파괴” vs 梁 “정치세력의 엄혹한 공격”
최후진술에 나선 양 전 대법원장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실체도 불분명한 사법농단과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화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엄혹한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고, 검찰이 수사라는 명목으로 그 첨병 역할을 했다”며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무엇이든 옭아 넣을 거리를 찾아내기 위한 먼지털기식 전형이자 불법적인 수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죄가 될 게 없다. 만약 될 게 있다면 죄가 아니고 정치적 굴레일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 1677일 걸린 1심…재판만 290회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은 이날 결심 공판까지 4년 7개월, 총 1677일이 걸렸다. 재판 기일만 290차례(공판준비기일 포함) 진행돼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검찰의 공소장 분량은 296쪽에 달했는데,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증거를 대부분 부인했다. 이에 검찰이 현직 법관 수십 명을 포함해 211명의 증인을 신청하면서 재판이 길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20년 1월 폐암 수술을 받으면서 한동안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2021년 정기 인사로 담당 재판부 3명이 전원 교체된 뒤 7개월간 공판 갱신 절차를 거치며 녹취 파일만 재생할 때도 있었다.
한편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현재까지 유죄가 선고된 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뿐이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은 2심에서 각각 벌금 1500만 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8명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 중 6명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