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담는 사진, 정교한 회화 즐기기도 유한한 시간, 환하게 채우는 방법 찾길
손효림 문화부장
“인생에 확실한 건 없어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죠. 그러기에 오늘이 더 중요합니다.”
사진 에세이 ‘그래서 우리의 삶은 반복되어도 싱그럽다’를 최근 펴낸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69)에게 출간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책은 그가 30년 동안 찍은 사진과 오랜 기간 써 온 일기를 선별해 만들었다. 박 교수는 1만 장 넘는 사진과 함께 일기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고 한다. 심장내과 명의(名醫)로 주중 매일 수술을 집도하는 그는 환자들을 보며 마음먹은 걸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심장 질환은 갑작스레 찾아와 사람을 쓰러지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언제 눈을 감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짙어지자 지금 이 순간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전성기(?)를 못 봤거든요. 늦둥이 딸도 마찬가지겠죠. 30, 40대인 두 딸들에 비해 막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적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은 그의 몸과 마음을 채워 줬다.
“같은 풍경을 여러 번 찍어도 카메라 각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사진을 보며 놀라움을 느낍니다. 똑같은 사진은 없어요. 그 사진은 오직 하나뿐이죠.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긴 것처럼요.”
그의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가득했다. 아무 목적 없이 그 자체로 기쁨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주는 힘, 그리고 사진 에세이 출간이라는 마음먹은 일을 해낸 데 따른 뿌듯함이 전해져 왔다.
또 다른 지인은 2년 넘게 피트니스센터를 꾸준히 다니며 ‘몸만들기’에 빠져 있다. 그는 “몸은 정직하다. 운동한 만큼, 또 음식을 먹은 만큼 그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다”며 웃었다.
마음 둘 곳이 없고 사는 게 괴롭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팍팍한 세상에서 마음의 짐을 덜어주거나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통해 위안을 얻는지 찾아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탐색해야 한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적지 않다. 국립예술단체와 지역문화재단에서는 1만∼2만 원에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은 도서관, 동네 서점에서 글을 쓰고 낭독을 해 볼 수도 있다.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대상을 찾는다면 삶은 더 충만해지고 내면 역시 단단해질 것이다. 고달프게 여겨지는 이 시간도 언젠가 끝난다. 유한한 시간을 어떤 색깔로 채울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