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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 공언한 ‘이종섭 탄핵’ 4일만에 철회… “안보공백 우려”

입력 | 2023-09-16 01:40:00

최고위 “사의표명, 사실상 경질
채상병 사건 특검 반드시 관철”
개딸 반발에 “비리검사 탄핵 추진”
與 “습관적 탄핵 외치는 고질병”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이재명 대표의 결정을 번복하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단식 중인 이 대표가 11일 직접 “민주당은 이 장관을 탄핵한다”고 나섰지만, 이 장관의 사의 표명과 당내에서 나온 안보 공백 우려 등에 부딪혀 나흘 만에 무산된 것. 이에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이 “이 대표 뜻인데 뭐하는 거냐”며 당을 비판하자 민주당은 또 ‘검사 탄핵’ 카드를 꺼내 개딸 달래기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탄핵부터 외치고 보는 민주당의 고질병”이라고 비판했다.

● 이재명 대표 나흘 만에 탄핵 무산

민주당은 15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 방침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은 민주당의 해임 요구를 (윤석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여 사의 표명 형식을 빌린 뒤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해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탄핵안 대신 당론으로 채택한 채 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입장은 이 장관에 대한 해임을 건의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한다는 것이었다”며 “이 장관이 사실상 경질됐으니 민주당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졌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11일 이 장관 탄핵을 공식 발표한 뒤 당론 채택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대표의 발표 이튿날인 12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론 채택을 미뤘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의를 수리하지 않기로 한 다음 날인 14일에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의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자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안보 공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도 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은 당원 게시판 등에서 “무능한 민주당” “대표님은 목숨 건 단식 중인데 이것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들이 보기엔 당이 탄핵을 한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의원들이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있어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민주당, 검사 탄핵 추진

민주당은 이날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철회하는 대신 당 일각에서 제기된 검사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불법행위가 확인된 검사의 탄핵은 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 것으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꺼내든 것은 당 강경 지지층의 의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12일 올라온 검사 탄핵 촉구 청원글은 게시 사흘 만에 동의자 수가 3만 명을 넘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위법 행위를 저지르면 검사라도 충분히 탄핵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탄핵할 검사의 명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나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이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재선 의원은 “완전히 지지자용 행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오늘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대신 또다시 검사 탄핵을 이야기하며 습관적 탄핵을 이어가겠다고 했다”며 “누구를 탄핵할까 고민할 시간의 반만이라도 민생을 고민하는 데 쓰라”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