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애플 아이폰15의 국내 판매가를 놓고 벌써부터 ‘가격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애플이 최근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선보인 아이폰15 기본형의 미국 내 가격은 799달러, 한국에서 책정된 가격은 125만 원이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고(106만 원),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붙여도 한국이 더 비싸다. 중국(109만 원), 일본(112만 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우리를 호구로 보냐”는 국내 소비자들이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국만 더 비싼 아이폰’은 앞서 여러 차례 지적돼 온 문제다. 2017년 아이폰X 때부터 지난해 아이폰14까지 신형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가격 논란이 반복됐지만 애플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도 구매층이 이탈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비싸야 잘 팔린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시장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테슬라와 다이슨, 샤넬 등의 프리미엄급 브랜드 제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각 기업 본사가 결정하는 해외 판매가는 각 나라의 시장 규모와 소비자 특성, 구매력, 환율, 세금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가격이다. 한국의 경우 가격과 상관없이 신형 제품이 나올 때면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는 현상 등까지 가격 책정의 변수로 반영했을 것이다. 아이폰만 해도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비판이 구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이폰을 ‘젊고 폼나는’ 제품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에서는 인기가 식지 않는다. 10, 20대의 60%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해 갤럭시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애플은 막상 미국 현지에서는 신제품의 가격을 이전 모델 때와 똑같이 동결했다. 가격 매력도를 높여 중국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라는데, 그만큼 높아져 있는 회사 내부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이기도 할 것이다. 이럴 때 우군이 되어줄 충성 고객을 소홀히 여기는 게 위기돌파 전략이 될 수 없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고 해서 한국 소비자들의 목소리까지 작은 게 아니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